그런데도 민주당은 여당의 일부 배신자들과 함께 아무 잘못이 없는 나를 탄핵했다. 경찰·검찰·공수처·법원마저 장악해 불법적 폭력을 행사하며 관저에 쳐들어왔다. 내가 구속되면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다. 나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윤석열은 진지하다. 미치지 않았다. 윤석열의 모든 행위를 옹호하는 국힘당 정치인과 변호사‧종교인‧언론인‧유튜버도 머리에 꽃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 지난 며칠 동안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과천 공수처,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과 체포 적부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을 순회하면서 시위를 벌인 태극기 부대원들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을 외치며 서부지법 청사를 때려 부셨던 청년들도 미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특이할 뿐이다.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로 추정하면 대한민국 국민 넷 가운데 하나는 그들과 생각이 비슷하다. 국민의 25퍼센트를 미쳤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특이한가? 보통 수준의 사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허구를 그들은 사실로 여긴다. 사실과 거짓을 섞어 꾸며낸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 이야기들을 조합해서 만든 가상현실과 실제상황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현실과 무관한 망상을 올바른 사상이라 확신한다. 그런 망상을 전파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면서 돈과 열정을 바친다.
이것은 미친 짓이 아니다. 사람은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많든 적든, 그와 비슷한 행위를 하면서 산다. 게다가 그들의 지도자는 제법 그럴듯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정치학 박사, 목사, 언론인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유튜브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에도 나온다. 그들이 공유하는 신념체계를 알면 비상계엄 선포에서 구속영장 발부까지 윤석열이 벌인 모든 일을 한 줄에 꿰듯 이해할 수 있다. 윤석열과 그들은 모두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 그들 스스로는 ‘자유 우파’라고 하고, 관찰자인 나는 ‘망상(妄想) 공동체’로 간주하는 정치적 진영이다.
자료가 많은데 아주 괜찮은 것 하나를 전광훈TV에서 얻었다. 1월 16일 업로드한 ‘광화문 천만 동원을 위한 5대 유튜브 특별 생방송’을 보다가 그 자료를 발견했다. 전광훈이 사회를 맡고 고성국, 이봉규, 신의한수 신혜식, 펜앤드마이크TV의 내가 알지 못하는 기자, 그렇게 다섯 명이 한 대담이었다. 유튜브 썸네일에 여러 격문이 걸려 있었다. ‘국민이여 일어나라 국가가 위험해졌다.’ ‘이재명에 속아 북한처럼 될 것인가?’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나오라!’ ‘2025년 1월 18일(토) 총궐기로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전광훈TV는 라이브 방송을 할 때 매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그 영상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멸망 시나리오’라는 제목을 붙이면 좋을 영상이다. 최근 극우 유튜브 방송들은 비슷한 영상을 수없이 송출했다.
굳이 시청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핵심 메시지를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상은 ‘브금’과 화면 특수효과 때문에 문자 텍스트보다 훨씬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굳이 볼 필요까지는 없다. 흑백 자료화면에 맥락을 허위로 조작한 문재인‧이재명의 발언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이어 붙여 마치 대한민국이 멸망 직전에 놓인 것 같은 망상을 전파하는 그 영상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시위와 태극기 세력이 충돌한다. 촛불시위는 윤석열 탄핵,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종전협정, 연방제 통일을 외치고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이재명 구속, 한미동맹 강화, 주사파 척결, 자유 통일을 주장한다. 북한 간첩들이 경찰복과 군복으로 위장하고 빌딩에 올라가 촛불시위대를 저격한다. 이성을 잃은 촛불 시위대는 총을 빼앗아 경찰을 공격한다. 북한이 전국에 구축해 둔 지하 조직이 좌익 성향 국민을 선동해 전국 동시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 백만 명이 가세한다. 그들은 파출소와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하고 내전을 일으킨다. 북한 특수부대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진 대한민국을 침략한다. 좌경화된 국민은 김정은을 환영해 연방제 통일을 이룬다. 1946년 대구 폭동에서 시작해 제주 4.3, 여순반란, 5.18광주로 이어진 북한의 공작을 완성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자유 시민 천만 명을 학살한다. 천만 명은 보트 피플이 되어 일본으로 탈출한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정권교체를 이루지 않았으면 벌써 일어났을 일이다. 일본 국회는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난민 대책을 논의했다. 대한민국 국민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것이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라도 촛불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년 전 이재명 대표의 목을 찔렀던 김진성이 그런 사람이었다. 윤석열도 그런 사람이다. 언론의 펜으로 죽이지 못했고 김진성의 칼로 죽이지 못했으며 한동훈의 법으로도 죽이지 못했던 이재명과 민주당을 제거하려고 윤석열은 특전사와 HID의 무장 병력을 동원했다.<계속>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