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주변에 숨어 있는 ‘내란 동조자’ 감별법(1)
    • 오태규 / 언론인

    • ‘윤석열의 난’으로 5100만 한국인 모두가 50일 넘게 계량하기 힘든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짜증 만발의 뉴스와 장면이 불러오는 정신적 고통이 물질적 고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숫자로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게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면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물질적 고통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최근 가 작년과 올해의 성장률 변동치를 비교해 추계해 봤더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3조 원 정도 날아갈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를 무려 22만 5천 대를 팔아야 메울 수 있는 액수라고 합니다. 윤석열은, 야당이 677조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 원을 삭감한 걸 ‘예산 폭거’ 운운하며 비상계엄 실시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더하기 빼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바보짓을 벌였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뻘짓이 막대한 유형·무형의 손실을 불러왔는데도, 더구나 그가 구속기소까지 됐는데도, 겉으론 아닌 척하며 윤석열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을 헤아리게 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면 그들의 정체를 쉽게 간파할 수 있을 테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속담까지 나왔겠습니까.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민주주의와 독재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라는 책에서 독재자를 감별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일종의 ‘독재자 감별 리트머스 시험지’죠. 그들은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을 판별 기준으로 내놓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독재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날 연휴 기간 중 윤석열이 네 가지 기준 중 몇 가지를 충족하는지 따져보는 것도 살아 있는 훌륭한 정치 교육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범위를 좁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누가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인지 감별하는 기준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내란 옹호자 감별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 설 연휴 기간에 많은 친지들을 만나 계엄이나 내란 얘기를 화제에 올릴 수밖에 없을 테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계엄을 하려면 프로답게 확실하게 했어야지, 아마추어처럼 서투르게 하니 되겠느냐’라며 계획과 실행의 불철저함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첫손에 꼽히는 의심 대상입니다. 대개 정부나 기업에서 고위직을 지낸, 점잔 빼는 사람 중에 이런 부류가 많이 있습니다. 한 지인의 경험담입니다. 계엄 발표 며칠 뒤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지인을 만났더니 대뜸 “그렇게 중차대한 일을 그렇게 허술하게 할 수 있나. 실력이 형편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라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 ‘그러면 계엄 발령이 필요했다는 말이냐’라고 되묻자, 당황하며 말끝을 흐리며 얼버무리더라는 얘기입니다.

      이들의 특성은 절대 위헌·위법의 무도한 내란 행위를 먼저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앞서 내란을 성공시키지 못한 무능을 탓합니다. 논점 이탈의 전형적인 내란 옹호 수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내심 계엄이 성공하길 바랐지만 실패해 못내 아쉬워하는 ‘위장 세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둘째, 내란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 군인의 무능을 탓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군인의 사명은 상부에서 명령하면 그게 옳든 그르든 따지지 말고 완수하는 것, 즉 까라면 까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심지어, ‘장군이란 자들이 국회에 나와 술술 불고 눈물이나 짜는 걸 보니 못 봐주겠더라, 전쟁이 나면 이렇게 군기 빠진 군을 믿고 잘 수 있겠느냐, 제대로 싸움이나 할지 모르겠다’라고 게거품을 뭅니다.

      이런 축에는 독재정권 시절에 권위주의 문화에 찌든 군대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과는 아예 대거리도 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셋째, 야당 책임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입니다. 윤석열이 계엄을 실시한 것도 나쁘지만, 그보다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부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인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즉,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야당의 폭주를 참다 참다 못 견디고 일을 하려고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겁니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뒤집어 말하는 전형적인 허위 선동술입니다. 아마 시중에서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내란 옹호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은 운동 경기에 비유하자면, 승부 조작의 중대범죄가 상대 팀 선수의 경기 중 반칙 행위 때문에 일어났다고 강변하는 꼴입니다. 그만큼 터무니없는 궤변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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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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