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혐오 조장한 이준석, 정치는 왜 하는가
    • 김관춘 / 논설위원

    • 대통령 후보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가 입 밖에 내는 말,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국가의 품격을 상징한다. 특히 국민이 가족과 함께 지켜보는 대선 TV토론은 공적인 신뢰와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임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무대를 저급한 말장난과 여성혐오로 오염시킨 자가 있다.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다.

      이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이라는 전국적 생중계의 무대에서, 온 국민이 지켜보는 황금 시간대에,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폭력적인 표현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그것도 ‘상대 후보 가족이 쓴 표현’이라는 얍삽한 핑계를 대며, 마치 정당한 검증인 양 포장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여성혐오 발언이며, 대선 토론을 빙자한 언어적 폭력이다. 표현의 출처도 불분명하고, 사실관계도 입증하지 못한 그 발언은 한마디로 국민을 상대로 한 막말이자,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망언이다.

      이 후보의 주장은 더 기가 막히다. “불편한 국민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심심한’ 사과를 했지만, 동시에 “검증은 필요하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발언의 파장이 정치적 계산 위에 놓여 있는 듯, 진정성 없는 변명과 억지 논리만 줄줄 흘러나왔다. 누가 그런 말을 했든 간에, 대선후보 본인이 그 말을 공론의 장에서 꺼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가 직접 내뱉은 발언이, 여성에 대한 인권 감수성은커녕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결여된 천박한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없다.

      이것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다. 헌정사상 전례 없는, 대선후보의 공적인 성희롱 사건이다.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 악질적이며, 실언이라면 그 무책임함이 더 끔찍하다. 누군가 인터넷에 떠돈 말을 인용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한 발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물이 ‘남의 말이었다’며 혐오 발언의 책임을 떠넘긴다는 사실에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여성계와 시민사회가 ‘인권의 최저선을 무너뜨린 작태’라고 규탄한 것도 당연하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성폭력적 표현을 꺼내 든 이준석 후보의 행위는 대선이라는 민주주의의 최대 축제를 모욕한 행위며, 공론장을 더럽히는 파괴 행위다. 그가 지난 정치 행보에서 보여준 끊임없는 남녀 갈라치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롱, 자극적 발언으로 주목받기만을 노리는 경박한 행보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냈다.

      TV토론에서 공론과 논쟁,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이처럼 성희롱성 발언이 대놓고 나오고도 제재 하나 없이 넘어가는 현실도 개탄스럽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형식에 쫓기다 보니 후보들의 자질 검증은커녕, 국민을 모욕하는 말조차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는 TV토론이라면, 그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일대일 토론 확대와 심층 정책 검증 중심으로 토론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국민을 향한 존중도, 책임감도 없는 ‘가벼움’ 그 자체. 불혹의 나이라면, 최소한의 품격과 자제력을 갖추어야 할 나이다. 하지만 이준석은 경박하고 천박한 언어로 대선의 품격을 훼손했고,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 앞에서는 비굴하게 말장난으로 물타기를 했다. 그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말꼬리를 잡고 교묘히 말을 비틀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사과는커녕 “내가 직접 한 말이 아니다”는 식의 태도로 본질을 회피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발악하듯, 위태롭고 치졸하다.

      이준석 후보는 이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자신의 경박함이 가져온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직시하고, 대선후보 자격을 스스로 반납하는 것이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국민은 더 이상 그의 성찰 없는 언변과 말장난에 속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장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며, 정치인이 어떤 언어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더 이상 ‘새 정치’라는 말조차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그가 보여준 천박한 언어, 비열한 태도는 대선후보의 자격 이전에 공적 인물로서의 기본을 상실한 것이다. 이제 그는 정계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 사태를 계기로, 언어와 혐오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사태는 단순히 한 후보의 일탈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치는 곧 말의 무게이고, 그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국민을 상처 입힌 언어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그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준석 후보는 본투표 전에 즉각 사퇴하고, 정치권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공적 언어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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