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스마트농업육성지구 지정’ 공모에서 진안군과 김제시가 동시에 선정되며 ‘전국 최다’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공모 선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농업의 구조 전환과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 속에서 전북이 스마트농업의 실험실이자,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정의 가장 큰 상징성은 ‘이중 트랙’ 구조다. 진안군은 신규조성형으로, 김제시는 지구지정형으로 각각 다른 유형의 스마트농업육성지구를 확보했다. 이는 전북이 산지형·평야형이라는 상이한 농업 여건을 모두 아우르는 입체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안은 중산간 지역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해 임대형 스마트팜, 인력양성 스마트팜, 교육·연구센터 등을 집적한 미래형 농업 인큐베이터를 구축하게 된다. 국비 2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단지는 청년농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김제시의 의미도 결코 작지 않다. 새만금 농생명용지 내 기존 스마트팜 단지를 스마트농업육성지구로 지정받음으로써, 이미 조성된 인프라에 제도적 날개를 달았다. 인허가 의제와 공유재산 특례 적용은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민간 투자와 기업 유치를 가속하는 촉매제가 된다.
임대형 스마트팜과 농업 스타트업 단지, 스마트 APC와 가공센터를 아우르는 세대통합형 단지는 ‘생산-가공-유통-창업’이 한 공간에서 선순환하는 스마트농업 클러스터의 전형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청년농 5+5년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이다. 농업 진입 장벽의 핵심인 초기 자본 부담을 공공이 분담함으로써, 청년들이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구조 개혁에 가깝다. 여기에 교육·연구 기능이 결합 될 경우, 전북은 ‘스마트농업 인재 양성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에 안주할 수는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후속 조치다. 첫째, 하드웨어 중심의 조성에 머물지 말고 운영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팜의 성패는 기술보다 사람과 시스템에 달려 있다. 전문 운영 인력 확보, 데이터 기반 재배·경영 컨설팅, 판로 연계까지 포함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전후방 산업 클러스터를 실질화해야 한다. 기자재·ICT 기업, 종자·바이오, 가공·물류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와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지역 간 역할 분담과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진안은 교육·인력양성 중심, 김제는 대규모 생산과 산업화 중심으로 기능을 특화하고, 이를 도 단위 스마트농업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넷째, 성과 지표를 명확히 설정해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청년농 정착률, 소득 증가율, 기업 유치 실적 등 구체적 지표 없이는 ‘모범 사례’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번 스마트농업육성지구 전국 최다 선정은 전북 농업이 ‘보조금 농업’에서 ‘투자와 혁신의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 행정의 속도와 현장의 실행력, 그리고 장기적 안목이 결합될 때 비로소 이 기회는 성과로 완성된다.
한편으로, 이번 선정은 전북자치도가 그간 추진해 온 농생명산업 전략이 중앙정부 정책 기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음을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는 스마트농업을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안보, 농촌 인구 구조 개편을 동시에 해결할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법과 제도의 실효성’이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스마트팜 사업은 기술은 앞서가지만, 인허가 지연과 부지 확보, 공유재산 활용의 한계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지정을 통해 적용되는 인허가 의제와 공유재산 특례는 행정 절차의 병목을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장치로, 향후 다른 지역의 스마트농업 정책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전북은 이제 제도 혁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또 하나의 과제는 지역 농업과의 상생이다. 스마트농업육성지구가 ‘섬처럼 고립된 첨단 단지’로 머문다면 지역 전체의 농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어렵다. 기존 중소농과의 기술 공유, 공동 선별·가공 시스템 연계, 스마트 농법의 단계적 확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스마트팜이 일부 청년과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 농업 전반의 생산성과 소득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때 정책의 정당성도 확보된다.
더 나아가 스마트농업을 지역 산업 전략과 연결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식품산업, 바이오·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농업을 융합한다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저탄소 스마트팜, 기능성 식품 원료 생산과 연계한 계약재배 모델 등은 전북형 스마트농업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성과의 성패는 ‘지정 이후’에 달려 있다. 계획을 얼마나 빠르고 치밀하게 실행하느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얼마나 유연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북자치도가 이번 스마트농업육성지구를 단발성 사업이 아닌, 10년·20년을 내다보는 농업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마트농업이 전북 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