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렁이는 증시… '정부 시장 안정책'이 최고의 부양책(1)
    • 홍종학 칼럼 / 전 중소벤처부 장관
    • 얼마 전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위험한 활황’에 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줄곧 상승하다가 예기치 않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주식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라, 차분한 경계심이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얼마나 많이 올랐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올랐느냐’이다. 가격이 펀더멘털과 동행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치솟으면, 시장은 필연적으로 비이성적 과열 영역에 근접한다.
      비록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받는 일부 종목의 경우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지만, 몇 달 사이 지수 레벨이 과거 수년치 상승분을 한 번에 압축한 것은, 기업 이익의 구조적 도약보다는 유동성과 심리의 산물에 가깝다.

      상승 과정에서 변동성(일일 등락 폭)이 함께 커졌다는 사실은, ‘편안한 강세장’이 아니라 ‘롤러코스터형 강세장’에 가깝다는 신호다. 단기 급락 후 곧바로 급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장기 투자자의 매집이 아니라 단기 레버리지·파생상품·모멘텀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오를수록 추가 하락 폭과 속도가 커진다. “이 정도면 비싸다”는 말을 공공연히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 자체가, 이미 과열의 말기 징후라고 볼 수 있다.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급등 국면마다 콘트라리언(Contrarian), 즉 역발상 투자자와 비관론자의 경고가 활발히 보도된다. 최근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시황이 좋은 미국에서도 이런저런 데이터와 함께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많이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인기가 없지만, 가장 비쌀 때 경고장을 보내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 시장은 이 안전장치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방송·유튜브·포털 기사 대부분은 “기회”, “초대형 호재”,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라는 톤으로 채워진다. “위험하다”, “거품 가능성이 있다”,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는 거의 소개되지 않거나, ‘잔소리’ 정도로 소화된다. 정책 당국, 여의도, 미디어, 개인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모두 ‘상승’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하락 리스크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구조적으로 소수자가 되기 쉽다.

      건강한 시장에는 최소한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해야 한다. 낙관적 시각으로 성장 기회와 구조적 변화를 읽는 관점이 널리 퍼지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반면 밸류에이션, 유동성, 레버리지, 심리 과열을 점검하는 관점을 제기하는 비관·경계 시각도 함께 보도될 때 시장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시장은 낙관적 시각에 압도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부정적·경계적 주장 자체가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의 ‘경보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시장의 가장 위험한 신호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는 낙관론이 지배적인 반면 해외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JP모건의 수석전략가로 강세장에서 비관론을 펼치다 쫓겨나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이미 2월부터 한국 시장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해 왔다. 코스피가 1000에서 2000까지 오르는 데 40년이 걸렸는데, 불과 몇 달 만에 4000포인트 올랐다는 것은 평균 수익률의 100년 이상에 해당한다며, 폭등 후 붕괴하는 양상(blow-off top)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60년대 증권 파동부터 외환위기 이후 바이코리아 열풍, 2000년의 닷컴 버블 등 단기간 급등 후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던 경험이 있다. 콜라노비치의 주장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소개만 될 뿐 남의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다.

      콜라노비치는 만약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 AI 주도권을 위해 퍼붓고 있는 자본지출(CapEx)이 줄어들면 한국물은 폭락할 것이며, 사이클이 꺾이면 한국 시장 전체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중동 전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자, 이번에는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가 중동전쟁으로 유가 급등시 한국 시장이 가장 취약하다고 언급하며,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상승 시에 크게 오를 수 있지만 조정 시에도 완만한 하락이 아니라 급락하는 시장이라서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급기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위기를 예상하고 역투자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후에 영화 빅숏(Big Short)의 모델이 되었던 마이클 버리까지 나서 한국 시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주가가 이렇게 급등락하는 것은 장기투자를 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모멘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모멘텀 투자는 주가가 상승할 때 이익을 기반으로 추가 매수하여 상승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투기적 투자 방법이다. 기관투자자가 이런 양태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이며, 마이클 버리는 요한계시록까지 언급하며 한국 시장에서 종말의 파국(apocalypse)을 경고할 정도다. <계속>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