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한옥마을의 미래는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가
    • 배해수 / 무형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고고인류학 박사
    • 전주 한옥마을은 원래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오래된 한옥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이어지고,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동네였다. 한때는 전주에서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조선왕조의 본향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도시의 변화 속에 조금씩 잊혀 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개발에서 비껴선 시간이 오늘의 한옥마을을 만들었다. 오래된 한옥과 골목, 담장과 마당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전통의 정취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젊은 예술인들이 비교적 저렴한 공간을 빌려 공방을 열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활동을 이어가던 무대였다. 필자 역시 그 무렵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한옥마을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전주시의 꾸준한 지원과 홍보는 한옥마을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시켰다.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왔고,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이다.

      하지만 골목을 걸을 때마다 마음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 전주의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요즘 한옥마을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손에 든 관광객들을 쉽게 만난다. 체험용 의상을 빌려주는 가게도 크게 늘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화려한 기생 복장을 한 사람들이다.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자연스럽게 그 옷을 입고 골목을 거닌다. 한때는 교복 체험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전주 한옥마을은 기생들이 살던 마을이었던가.

      이 질문은 의상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에는 선비문화가 있었고, 경기전과 전주사고의 기록문화가 있으며, 한지와 판소리, 전통음식과 장인들의 삶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관광객들의 기억 속에 가장 먼저 남는 이미지가 기생 복장이라면, 우리는 과연 전주의 어떤 역사와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점집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인들은 서학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빈 점포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상업화는 시대의 흐름일 수 있다. 관광객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상업이 공간의 방향을 결정하기 시작하면 그곳만의 개성과 깊이는 점차 옅어질 수밖에 없다.

      전통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그 공간만이 간직한 역사와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다. 한옥이라는 건축물만 남는다고 전통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철학, 예술과 공동체의 기억이 함께 살아 있을 때 비로소 공간은 문화가 된다.

      전주에는 다른 어느 도시도 대신할 수 없는 자산이 있다. 조선왕조의 역사와 경기전, 전주사고의 기록문화, 선비정신, 한지와 서예, 판소리와 전통음식, 그리고 장인들이 이어온 생활문화가 그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자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내야 한다. 관광객이 사진만 남기는 곳이 아니라 전주의 역사와 정신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장인들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공방, 청년 예술인들이 다시 모여드는 창작공간, 선비문화와 한지, 판소리를 잇는 상설 프로그램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한옥마을은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는가보다 무엇을 기억하고 돌아가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관광은 사람을 모을 수 있지만 문화는 사람을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 전주 한옥마을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먹거리도, 더 화려한 볼거리도 아니다. 전주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이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삶의 정신이다. 한옥은 건축물이고 전통은 그 안에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이어질 때 한옥마을은 관광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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