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편의성' 아닌 '생존권'의 문제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180만 전북도민이 하나로 뭉쳐 '남원 국립의전원' 지켜낼 때


      깊은 밤, 지방 소도시에서 어린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거나 어르신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 어떻게 되는가. 골든타임 앞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비참하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핑퐁'과 필수 의료 인프라의 붕괴는 이제 외딴 섬이나 산간 오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지방이 마주한 생존의 문제다.

      최근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를 비롯한 도내 상공업계가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을 향해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을 당초 약속대로 남원에 조속히 설립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 일각에서 국립의전원 입지를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자, 지역 생존권과 공공의료 수호를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번 상공계의 촉구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나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다. 국가 정책의 본질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질타이자 절박한 호소다.

      김정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은 "국립의전원은 어느 지역이 더 편리한가를 따지는 사업이 아니라, 의료 인력이 가장 필요한 곳에 공공의료 기반을 세우기 위한 국가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관통한 지적이다.

      국립의전원 설립은 수도권의 접근 편의성이나 행정 효율성,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일차원적 잣대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이미 양질의 의료 인력과 최첨단 병원이 차고 넘친다. 반면 지방은 의사가 없어 응급실 문을 닫고 필수의료 인프라가 뿌리째 흔들린다. 의료 인력이 가장 절실한 곳, 공공의료 사각지대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점에 국립의전원이 들어서는 것이 공공성과 국정의 근본 목적에 부합한다.

      이는 '정책 일관성'과 '국가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남원 국립의전원은 과거 서남대 의대 폐교에 따른 후속 대책이자, 정부가 전북도민과 남원시민에게 공언했던 약속이다. 남원시와 지역사회는 이미 부지 확보를 마치고 행정 절차를 정비하며 오랫동안 국회 입법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와서 정치적 계산이나 타 지역 이해관계에 밀려 당초 약속을 뒤엎거나 입지를 변경하려 한다면, 정부 스스로 국정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일이자 전북도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남원은 전북 동부권은 물론, 경남과 경북 서부권을 아우르는 영호남 접경지역의 중심이다. 지리적으로 의료 취약지가 밀집한 이 지역에 국립의전원이 들어선다면 지리산 권역 전체의 공공의료망을 바칠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진정한 지방시대'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실체적 모범 답안이다.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투쟁은 비단 남원시만의 일도, 상공업계만의 과제도 아니다. 정치적 견해나 이해관계를 떠나 전북의 정치인, 지자체장, 경제인, 180만 전북도민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단결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의전원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와 경제계는 논리적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도민들은 단합된 여론의 파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단 하나의 대열로 뭉치지 않는다면 정당한 권익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의료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불평등은 끝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편의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고, 의료 인력이 가장 필요한 곳에 공공의료 기틀을 세우라는 전북도민의 엄중한 명령을 직시해야 한다. 전북의 정치·경제·시민사회가 하나로 뭉쳐 외치는 정당한 요구가 결실을 볼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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