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알처럼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이명근 대표의 열정
    • 3대째 이어온 흙의 가치, 스마트 기술과 상생으로 꽃피우는 김제시 농업 이끌다

    •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폭염 속, 비닐하우스 안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포도 향과 가지마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엉겨 붙은 포도알은 그 고된 땀방울을 단번에 잊게 만든다.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황산면, 넓은 들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영농조합법인 ‘하늘마다’. 이곳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과수 농업을 이어오고 있는 만 28세 청년 농부 이명근 대표(2025년 김제시 4-H 연합회 회장)의 일터이자, 지역 농업의 첨단화와 상생을 일구어내는 현장이다.
      2019년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부모님, 형제와 함께 농업에 종사하며 현재 포도 4,500㎡(약 1,360평), 시설복숭아 3,600㎡(약 1,090평), 그리고 콩 105,000㎡(약 3만 1,800평)에 이르는 대규모 농지를 경영하고 있다.

      가업 도우미에서 18종 포도의 매력에 빠진 나의 꿈으로

      처음부터 농업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고된 과수원 일과 축산(소 키우기) 수발을 들며 한때 농업에 대한 반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곁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농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은 훗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되었다. 3대째 내려오는 포도 재배 노하우와 수많은 시행착오의 기록을 바탕으로, 성인이 된 그는 다양한 포도 품종이 가진 각양각색의 맛과 향, 보석처럼 빛나는 매력을 알게 되면서 가업에 깊은 흥미와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대의 축적된 경험과 아버지대의 기술력, 그리고 자신의 현대적 영농 감각을 결합한 이 대표는 현재 소비자의 눈높이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샤인마스캣을 넘어 약 12~18종에 달하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시험 재배하며 3대째 이어온 포도 장인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스마트 기술 도입과 민·관 협력을 통한 영농 혁신

      이 대표가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고 영농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김제시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든든한 맞춤형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특히 김제시 농업기술센터의 ‘신기술접목 차세대 영농인 육성사업’(총사업비 5,000만 원)을 통해 과수원용 스피드 스프레이어(SS기)와 드론 방제 장비를 도입할 수 있었다. 과거 사람이 직접 수행하느라 4~5시간씩 걸리고 농약 중독 위험이 컸던 과수원 방제 작업은 SS기 도입 후 단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3만 5천 평의 콩밭 역시 드론을 활용해 노동력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기에 수기 영농일지 데이터를 결합해 정밀 영농 매뉴얼을 다져가고 있다. 또한 김제시의 특화작목 포장재 지원사업을 활용해 자체 브랜드 ‘하늘마다’의 가치를 높였으며, 공판장 및 유통 시장에서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제시농업기술센터 전금미 과장은 “청년 농업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쓰겠다”며, “공공연구기관의 농업 R&D 기술성과를 청년 농업인의 창업 자원으로 활용하여 연구성과 기반 기술창업 모델을 육성함으로써 농업·농촌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 정착과 양질의 농산업 일자리 창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품질 균일화와 '덤'이 있는 100% 직거래 전략

      판매와 유통 부문에서는 단기적 이익보다 시장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둔다. 출하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덜 익은 과일을 속성 포장해 파는 행위를 철저히 지양하며, 지역 농가들과 협력해 균일한 고품질 과일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반응 역시 뜨겁다. 대면 판매나 직접 배달 시 다양한 신품종 시식 기회를 제공하고 넉넉한 덤(서비스)을 얹어주는 특유의 스킨십 경영으로, 단골 고객 중심의 직거래 재구매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수도권 공판장으로 출하되는 시설하우스 조생종 복숭아 역시 조기 출하의 강점을 살려 고단가를 인정받고 있다.

      4-H 네트워크와 상생의 비전

      초기 정착 과정에서 문화여건 부족이나 기술 숙달,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설 투자 부담 및 자연재해 위험 등 현장의 애로사항도 깊이 체감했다. 이 대표는 이를 극복하는 힘을 청년 농업인 간의 '연대'에서 찾았다. 김제시 4-H 회장직을 수행하며 지역 청년 농부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농업을 너무 어렵거나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센터나 유관기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이뤄가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이명근 대표의 꿈은 노하우를 은폐하지 않고 공유하는 ‘함께 성장하는 농장’을 지향하며,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신규 청년 농업인들의 초기 정착을 돕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제를 대표하는 과수 농가이자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농업인으로 걸어가는 그의 행보가 지역 농촌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숨이 턱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 이마를 따라 흘러내리는 이명근 대표의 땀방울은 정직한 흙의 가치와 농업의 미래를 입증하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도 결실을 맺어가는 탐스러운 포도알처럼, 스마트 영농과 상생의 가치로 농촌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그의 열정이 김제 농업의 밝은 내일을 한층 기대하게 만든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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