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소로 나누는 작별… ‘생전 장례식’이 던지는 삶의 울림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죽음 이후의 추모를 넘어 삶의 끝자락에서 당사자와 함께 나누는 축제
      - 96세 어르신의 ‘안녕 파티’가 보여준 웰다잉과 지역사회 존엄성 회복의 새로운 가능성


      장례식장하면 흔히 떠오르는 풍경은 국화꽃 향기 속에 흐느끼는 통곡 소리와 영정 사진 앞에 고개를 숙이는 조문객들의 어두운 표정이다. 전통적인 장례는 남은 이들이 먼저 떠난 자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숭고한 추모의 자리다. 그러나 이 엄숙한 의식 속에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결핍이 존재한다. 그 모든 슬픔과 추억 이야기의 주인공이어야 할 ‘고인’이 정작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동안 고마웠던 마음, 미안했던 기억, 함께 나눴던 웃음을 고인이 직접 듣고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슬픔은 오롯이 남겨진 자들의 몫으로만 그치게 된다. 정작 인생의 주인공은 부재한 채 일방적인 애도만 이뤄지는 현실이다. 최근 1929년생인 96세 신영주 어르신이 가족과 이웃 60여 명을 초대해 개최한 생전 장례식, 이른바 ‘안녕 파티’ 소식은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기성 관념에 경종을 울리며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이 특별한 안녕 파티에는 어두운 영정 사진도, 눈물의 조가도 없었다. 대신 주인공 어르신이 직접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 중앙에 앉았고, 조문객들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따뜻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젊은 시절의 흑백사진부터 최근의 일상 사진까지 함께 보며 살아온 날들을 되짚고, 옛 추억과 수다를 나누는 현장은 슬픔의 의식이 아닌 생애 전반을 축하하는 성대한 축제였다. “언제가 제일 좋아?”라는 물음에 다 함께 “지금!”이라고 외치는 모습은, 죽음을 개인이나 가족의 묵직한 짐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안아주는 차원 높은 ‘웰다잉(Well-dying)’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장례 문화는 지나치게 형식화되고 상업화되어 당사자의 의사나 진정한 이별의 의미보다는 남들의 시선과 절차에 매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사자가 온전한 의식을 갖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고 미련 없이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존엄한 권리일지도 모른다. 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마침표를 찍는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완성이다.

      물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상장례의 가치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애도와 격식은 남겨진 이들의 위안을 위해 여전히 소중하며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죽음을 한없이 무겁고 회피해야 할 금기어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마무리이자 또 다른 완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유명인들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보통의 시민들도 마을과 지역사회 안에서 소박하게 생전 장례를 치르며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토대가 다져져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웰다잉 인프라를 조성하고 생전 장례 문화나 유언장 작성, 존엄한 마무리를 돕는 행정적 지원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다.

      죽은 자를 추모하는 눈물도 가치 있지만, 살아있는 당사자와 함께 웃으며 삶을 회상하는 기억은 더욱 눈부시다. 96세 어르신이 던진 유쾌하고도 감동적인 화두처럼, 이제 우리 사회도 '고인 없는 슬픔'을 넘어 '당사자와 함께하는 존엄한 축복'으로 장례의 패러다임을 넓혀가야 할 때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스스로 쓰고 고마운 이들에게 미소로 안녕을 고하는 문화가 전북 지역사회 전반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