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고소 공포’에 갇힌 학교, 아이들의 미래가 멈추고 있다
    • 학교는 아이들이 지식을 쌓는 곳일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부딪히고 넘어지며 사회성을 배우는 생생한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교육 현장은 ‘교육’ 대신 ‘방어’에 급급한 행정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장 체험학습은 ‘고소 공포’에 막혀 취소되기 일쑤고,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대신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교사의 한숨 소리만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에 따르면 교사의 90% 이상이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본인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우리 아이가 다쳤으니 고소하겠다”는 학부모의 서슬 퍼런 민원 앞에 교육적 신념은 설 자리를 잃었다. 아이들은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부대끼며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내 아이의 작은 상처’를 곧바로 ‘교사의 죄’로 치부하는 순간, 학교는 모든 활동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국 초등학교의 상당수가 사고 위험을 이유로 체육 활동을 제한하거나, 아예 운동장 이용을 금지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칠까 봐 뛰지 못하게 하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이러한 방어적 교육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단체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배려와 협력, 인내라는 사회적 가치가 통째로 거세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육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다.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정작 소송이 걸리면 교사는 홀로 수사기관과 법정을 오가며 고립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교육청이 제공하는 법적 지원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로부터 교육권을 보호할 실질적인 ‘법적 방패’를 마련해야 한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거나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이들도 마음껏 뛰어놀며 성장할 수 있다.

      교육은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 꽃을 피운다.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교사는 학부모를 두려워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교육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아이들을 온실 속 화초가 아닌 강인한 나무로 키워내는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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