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되는 실용외교의 진화 '사령탑 역량'이 관건 (3)
    • 조성렬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그런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2국가(2 state)라는 현실 인정과 민족내부적으로 통일(1 state) 지향성 유지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는 ‘국가성(statehood)’ 개념을 적용한 제3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할 공약은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한반도 평화구조 구축 프로세스 병행 추구’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구조 프로세스를 추구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한반도 평화구조의 구축을 진행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아닌 ‘한반도 평화구조’라는 개념을 사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체제(peace regime)가 정전체제의 법적 종식을 의미하는 것인데 비해, 평화구조(peace architecture)는 동서유럽 간의 유럽안보협력기구(CSCE→OSCE)와 같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통해 적대관계를 지양하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법적 장치가 평화협정이라면, 한반도 평화구조의 법적 장치는 ‘남북기본협정’(가칭)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남북관계는 상대체제 부정(남북한 헌법)→정치실체 인정(7.4공동성명)→특수관계 인정(남북기본합의서)으로 발전해 왔으나, 남북대화조차 중단된 가운데 북한의 2국가관계 주장까지 겹쳐 경색된 상태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재규정하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법제화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기본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구조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주변 4개국의 교차승인을 완성해 동북아 국제관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1990), 중국(1992)과 수교한 데 비해, 북한은 아직도 미국, 일본과 미수교 상태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1국가 지향의 특수관계론을 내세워 사실상 북·미, 북·일 수교를 반대해 왔으나, 남북한 2국가성을 인정하게 되면 국내적으로 통일 지향성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으로 북·미, 북·일 수교에 반대하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주목할 공약은 북핵 대화의 여건 조성 및 북·미 협상을 촉진하며,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을 병행한다고 내건 것이다. 이는 북핵 해결의 한국 주도성 강화를 내건 2022년 대선 공약을 현실화한 것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북·미 핵협상 추진에 따른 ‘한국패싱’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미 사전협의체를 운영하고, 북‧미 핵협상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도록 한미간에 조율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한‧미‧일 3자 협의체를 제안해 올 경우에는 한·미, 한·미·일의 투트랙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탄핵으로 치러진 까닭에 외교, 국방, 대북 공약이 주요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TV토론도 정책보다는 대통령 후보의 인성 문제가 주로 다루어졌고, 각 당의 공약집도 역대 가장 늦은 사전선거일에 임박해서 나왔다. 대선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에서 대선공약을 국정 목표와 전략으로 제대로 정립해 내야 한다.

      과거 인수위 없이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위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목표 아래,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국제협력을 주도하는 당당한 외교 등 3개 전략과제에 따라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에 각각 5개의 국정과제씩 부여했다. 이재명 정부도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곧 출범할 국정기획위를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부처별 국정과제를 도출해 낼 것이다.

      국내외 정세를 올바르게 반영한 국정과제의 도출은 향후 5년간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외교, 국방, 대북 분야의 사령탑 인선이다. 국방부 장관에 민간전문가를 앉혀 문민통제를 확립하는 것은 내란극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정책부처인 통일부의 장관도 큰 변수는 못된다. 관건은 외교와 대북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전 의원, 국가정보원장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각각 임명, 내정했다. 이러한 인선을 두고 일부 언론은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에는 동맹파, 대북정책 사령탑인 국가정보원에는 자주파를 기용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에 따른 균형 인선이지, 노무현 정부 당시의 동맹파-자주파 논쟁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정기획위가 국정과제를 정할 때 대선 공약 중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빠졌거나 부족한 점은 추가해야 한다. 과제의 추진 범위도 구체적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또한 국정과제들을 나열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정과제들 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내외 정세에 맞춰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 국내외 엄중한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완수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며,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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