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농업의 지속성을 위한 이중적 시각, 망원경과 현미경
    • 이인석 지방농업연구사 /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 망원경은 우리에게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농업 분야에서 망원경적 사고란, 장기적 관점에서 농업이 가야 할 방향성과 사회적 역할을 고찰하는 것을 의미하겠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 식량 자원의 불균형, 국제 곡물 가격의 급변이라는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IPCC는 기후위기로 수십 년 내에 전 인류가 '식량 안보'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2050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마트 농업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위성 관측 기술, 자동화된 농기계 등은 망원경처럼 넓은 영역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시적 전략을 세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정밀농업을 통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 되었으며, 이는 기술력 기반의 망원경적 전략이 성공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국가 단위로는 농업의 탄소중립 전략이나 식량 안보 강화 정책, 농촌 인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 등도 망원경적 시야에서 기획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간의 효과보다는, 장기적 농업 생태계의 회복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

      농업의 현미경: 작게 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통찰
      반면, 현미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세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농업에서의 현미경적 시각은 작물의 세포 단위 변화, 토양 미생물의 활동, 지역 농민의 생활양식과 기술 등 극히 세밀한 요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지역별 토양의 성질이나 기후 차이에 따라 생육 속도나 병해충 저항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토양 정밀 분석, 맞춤형 품종 개발, 현장 실증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현미경적 접근은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현장에서 수십 년간 몸으로 익힌 농업인의 ‘감각’은 때때로 어떤 데이터보다 더 정확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의 경험과 현대 기술이 결합될 때, 진정한 ‘스마트 농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현미경적 사고는 지역 공동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책 수립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고랭지와 평야 지대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하며, 농촌 마을의 사회적 연대망 및 문화적 특성까지도 고려되어야 지속 가능한 농촌 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두 시선의 통합
      망원경과 현미경, 이 두 시각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거시적 전략은 반드시 미시적 실천을 통해 구체화 되어야 하고, 미세한 혁신은 전체적인 비전 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농업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농기계 보급, 작물 순환 재배 시스템 도입, 지역 순환 자원 활용 등 다양한 미시적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책-기술-현장 간의 삼각 구조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의 핵심이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 생산’을 넘어, 사람과 환경, 지역과 공동체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서는 망원경처럼 멀리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와, 현미경처럼 깊이 들여다보는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 두 시각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우리는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건강한 농촌,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농업을 다시 바라보는 ‘두 개의 눈’. 그것이 우리가 현시점에서 꼭 가져야 할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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