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가 생명인 검사·판사·기자·목사, 불신의 늪에 빠져(1)
    • 송요훈 칼럼 / 언론인
    • 우리는 불신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아서 불신 사회가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입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면 대체로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언론도 믿지 못하고 종교도 믿지 못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국가기관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민원과 탄원과 투서와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하고, 판결을 믿지 못하니 재판 불복이 다반사이고, 언론을 믿지 못하니 가짜뉴스가 언론처럼 횡행하고, 의사를 믿지 못하니 인터넷에서 직접 치료법을 찾고, 스마트 시대인데도 미신을 숭배하고 점집은 성황을 이루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성적인 선거운동보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TV토론에 나가는 것입니다. .

      흔히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 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신뢰도가 높은 사회는 담장이 없어도 안전하다고 느껴 불안하지 않지만, 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담장을 높게 세우고도 불안하여 담장 위에 철조망이나 유리 조각을 꽂아두어야 안심하게 됩니다. 그게 불신의 비용입니다. 신뢰도가 높은 사회에선 사소한 약속은 말로 해도 되지만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선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아두어야 안심하게 됩니다. 그게 모여 불신의 사회적 비용이 되는 겁니다.

      불신에 따른 사회비용은 엄청납니다. 2013년에 나온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적 신뢰의 결여로 한 해에 최대 246조 원을 갈등관리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했으니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귀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믿을 수 있다는 답변이 2014년에는 74%였으나 2024년에는 56%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낮은데 택배기사가 길가에 물건을 부려놓은 채 다른 곳으로 배달을 가도 훔쳐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카페에서 테이블에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그걸 보고 놀란다고 하지요. 어떤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사람에 대한 신뢰는 낮지만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높아서 그렇다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우리에겐 체면 의식이 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적에 이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귀한 손님이 오셔서 전이라도 부치면 할머니는 꼭 이웃들과 조금씩이라도 나눴습니다. 손님이 사탕 봉지라도 들고 왔으면 다만 몇 알씩이라도 동네 사람과 나눴습니다. 손님이 오는 걸 봤고 전 부치는 냄새가 나는데, 혼자만 먹는다고 손가락질하고 흉이라도 볼까 할머니는 무척 신경을 쓰셨는데, 그게 체면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만 잘살믄무슨 재민겨’ 하던 고 전우익 선생의 말씀이 공동체 의식이고 체면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신분이 높아지고 출세할수록 그런 의식이 사라지나 봅니다. 사회 신뢰도 조사를 보면, 많이 배운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항상 낮게 나옵니다. 국회의원이 그렇고, 판검사가 그렇고, 의사가 그렇고, 기자들이 그렇습니다. 출세할수록 염치는 사라지고 얼굴을 두꺼워지는 게 한국의 먹물들인가 봅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매년 전 세계 40여 국가를 대상으로 각 나라의 국민이 자기 나라의 언론매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조사하여 보고서를 냅니다. 그걸 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에 항상 꼴찌 수준입니다. 한국인들은 한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가장 불신받는 매체로 언론 불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늘 당당합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반성과 성찰은 없고 불신을 강화하는 일만 반복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들은 특정 주식을 산 뒤 호재성 기사로 주가를 띄우는 주가조작으로 돈벌이를 하다 들통났습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때문에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허위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담합이라도 했는지 기자들은 그걸 그대로 베껴 가짜뉴스를 살포했다가 언론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들은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고자질하듯이 한국의 사정을 알리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내정간섭’ 보도를 했다가 ‘그게 언론이 할 짓이냐’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 모두가 여론을 의도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거나 과장한 ‘가짜뉴스’입니다. 그런데도 가짜뉴스를 방지하는 목적의 징벌적 배상이나 허위조작 정보 처벌에 반대하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이른바 재래식 언론이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되고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이고, 신뢰할 수 없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는데도, 부끄럽다며 성찰과 자정을 말하는 기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탐사 보도에 권위가 있는 시사주간지 은 매년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게재합니다. 2025년 10월의 기사를 보니, 대통령(청와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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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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