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을 내준 하루, 공공과 국익의 경계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민간행사인가 국가 브랜드 확장 이벤트 인가
      - 보랏빛 광장, 환호와 불편이 교차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와 전 세계로 중계된 화면은 한국 문화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적지 않은 논쟁이 따라붙었다. 시민의 공간을 특정 아티스트의 공연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이를 위해 투입된 막대한 행정력은 정당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번 행사에서 민간 기획사가 부담한 비용은 수억 원 수준에 그쳤지만, 경찰과 소방, 지자체 공무원 등 1만 5천명 이상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공 비용은 훨씬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 통제와 시설 통제, 안전 점검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단순한 행사 지원을 넘어선다. 결국 “정부가 기업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공연 당일 광화문 일대는 사실상 ‘통제 구역’에 가까웠다. 지하철 출입이 제한되고 버스 노선이 우회됐으며, 차량 통행도 막혔다. 일부 직장인은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사용해야 했고, 인근 상가와 결혼식장 이용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집회를 준비하던 시민들은 광장을 사용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의 이동권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공공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공공 자원은 어디까지 특정 목적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가. 특히 이번 공연은 수익 구조를 가진 민간 콘텐츠 산업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단순히 ‘특혜’라는 단어로만 규정하는 것 역시 균형 잡힌 시각은 아닐 것이다. 분명히 이번 행사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존재하고, 현장에서 근무한 공무원과 경찰, 소방대원들의 수고 또한 적지 않았다. 심지어 참석 인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편의점에 김밥 수백 개가 남았다는, 다소 황당한 기사까지 등장했다. 준비 과정의 미숙함과 과도한 행정 동원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물러서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의 국격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대한민국을 설명할 때 북한과의 관계부터 이야기해야 했던 나라들이, 이제는 먼저 BTS를 떠올린다. 북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한국어 교육이 확대되고, 한글을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도 K-컬처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삼성, SK,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적 위상을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는 또 다른 차원의 힘이다. 경제가 국가의 체력을 만든다면, 문화는 국가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데에는 방탄소년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공연을 단순한 ‘민간 행사’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 브랜드를 확장하는 문화 이벤트’로 볼 것인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후자의 성격을 인정한다면, 일정 수준의 공공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며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모든 지원을 특혜로만 몰아붙이는 것도 생산적이지 않다.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이다. 어떤 경우에 공공 공간을 개방할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행정력을 투입할 것인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장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원칙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

      광장은 시민의 공간이다. 동시에 국가를 상징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 두 가지 성격이 충돌할 때,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기보다는 조화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대한민국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백범 김구 선생도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문화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문화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 힘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편이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일정 부분 너그럽게 바라보는 시각 또한 필요하다.

      광화문의 하루는 끝났지만, 그날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공공의 몫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민간의 책임으로 둘 것인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민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같은 논쟁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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