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가 지금 맞닥뜨린 현실은 단순한 경선 논란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절차와 공정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은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이 과정이 도민의 선택을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과를 향해 끌려간 것인가.
출발점부터 석연치 않았다. 여론 1위로 달리던 김관영 도지사가 전격 제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처리 방식이었다. 소명 기회는 충분했는지,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됐는지, 무엇보다 왜 그토록 속전속결로 결론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끝내 부족했다. 정치적 판단이 법적 판단을 앞지른 듯한 이 결정은 도민들에게 강한 의문을 남겼다.
반면, 이원택 후보를 둘러싼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물론 결과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준과 형평성이다. 같은 정치적 의혹을 두고 한쪽은 전격 제명, 다른 한쪽은 무혐의. 이 극명한 대비는 도민들에게 ‘기준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번 경선은 시작부터 끝까지 의혹 투성이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이원택 후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수사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법의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경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특정 후보를 대상으로 강제수사가 진행된 사실은 정치적 파장을 낳기에 충분하다. 앞서의 불투명한 경선 과정과 맞물리면서, 도민들은 이 모든 상황을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적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안호영 후보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경선이 정책 경쟁이 아닌 생존을 건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단식이라는 선택 자체가 지금의 경선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나이 지긋한 도민의 말은 이 모든 상황을 압축한다.
“전북도지사를 왜 정청래가 꼽냐.”
이 질문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중앙당 지도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인식, 그리고 경선 결과가 외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불신이 얼마나 깊게 퍼져 있는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경선은 지역의 선택이어야 한다. 도민이 주인이 되어야 할 과정이 중앙 정치의 계산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순간, 그 경선은 이미 정당성을 잃는다.
득표율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결과만 발표한 경선, 한쪽에는 속전속결의 제명, 다른 한쪽에는 무혐의 처분, 그리고 이어지는 압수수색과 단식투쟁까지. 이 모든 장면은 결코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도민들은 이를 하나의 흐름, 즉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끼워 맞춘 정치’로 읽고 있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예술이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가 존중받는다. 그러나 이번 경선은 그 기본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서 어떤 승리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오히려 그 승리는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뿐이다.
이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답해야 한다. 왜 김관영 도지사는 그렇게 급하게 제명됐는지, 왜 이원택 후보의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났는지, 왜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전북 도민의 시선은 이미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 문제는 정치가 그 시선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지금 전북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선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