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의무복무 담은 국립의전원법 본회의 통과 환영- 차기 전북 리더십은 후속 절차에 사활 걸어야
정치가 도민의 생명과 지역의 생존보다 앞설 수는 없다. 전북의 오랜 숙원이자 도민의 목숨줄이 걸린 ‘국립의전원법(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위한 법률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방향에서 출발해 별도의 공공의료 인력 양성체계 구축으로 확대되기까지, 전북 도민들이 흘린 눈물과 기다림의 세월을 생각하면 이번 국회의 결단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본지는 전북의 의료 자존심을 세우고 지리산권을 비롯한 도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이번 법안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 이제는 정쟁의 사지에서 간신히 구출해 낸 이 법안이 온전히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 장기화로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 특히 지방의 필수의료 체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입고 붕괴하는 중이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구급차 안에서 안타깝게 숨을 거두는 비극이 전국적인 논란을 넘어 우리 지역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도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으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명시된 ‘15년간 공공의료 분야 의무복무’ 조항은 의사 인력을 지역에 정착시키고 필수·공공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다.
물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실 교육 우려나 강제 복무의 위헌성, 의사 수급 왜곡 등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나 제도적 보완점에 대한 지적은 향후 시행령 제정과 대학 설립 과정에서 긴밀한 토론을 통해 다듬어가면 될 일이다. 지역의사제 도입, 필수의료 수가 개선, 공공병원 확충 등 의료계가 제시하는 다른 대안들도 함께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당장 벼랑 끝에 선 지방 의료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립의전원 설립이라는 제도적 브레이크는 결코 멈춰 세울 수 없다.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시대적 명분과 도민의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있는 논리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정부와 차기 전북의 리더십으로 넘어왔다.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과 지역 정치권은 이 국면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철마다 표를 구걸하며 화려한 미래 먹거리를 쏟아내지만, 도민의 생명을 지킬 병원과 의사가 없는 땅에 어떤 발전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여야 정치권은 국회를 통과한 국립의전원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행정적 지연이라는 암초에 부딪히지 않도록 최우선 민생법안으로서의 가치를 정부에 설득해야 한다. 차기 전북의 수장 역시 말로만 지역 발전을 외칠 것이 아니라, 남원 국립의전원의 조속한 착공과 인프라 구축 등 후속 절차의 실행을 위해 모든 정치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마땅하다.
전북은 더는 중앙 정치의 변두리에 머무는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지역 정치인들과 새로운 지방정부는 중앙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비겁한 정치를 끝내고, 도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 태만이나 정쟁의 여파로 실제 의전원 문을 여는 일이 지연된다면, 전북 유권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정치 세력들에게 주권자의 준엄한 채찍을 들 것이다.
주권자인 도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6월 3일, 현명한 전북 도민들은 말이 아닌 실천을, 변명이 아닌 책임지는 실행력을 가진 진정한 리더십을 선택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북의 단호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은 국립의전원법이 전북 의료 안전망의 든든한 기초가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정쟁을 멈추고 법안의 온전한 실행과 집행을 위해 다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