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의 도취인가, 도민의 명령인가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민선 9기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북특별자치도를 이끌 새로운 도지사와 시장·군수, 그리고 교육감이 선출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대표를 선택했고, 당선인들은 그 선택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묵은 병폐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당선인들이 스스로를 도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 ‘일꾼’이 아닌,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나 ‘점령군’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본보 12일자 1면에 실린 두 기사는 이러한 권력의 오만과 모순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다. 첫째는 이른바 ‘내란몰이’ 식 정치 지형 속에서도 기득권 챙기기에 혈안이 된 ‘윤(尹) 인사 발탁’ 기사요, 둘째는 전북 교육의 수장으로 임명된 천호성 교육감 당선인 인수위가 도교육청 본청을 사실상 점령했다는 기사다. 이 두 흐름은 중앙과 지방이라는 무대의 차이만 있을 뿐, 권력을 잡은 자들이 보여주는 ‘승자독식’과 ‘점령군 행세’라는 본질에서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중앙 권력이 보여주는 영달 중심의 ‘윤 인사 발탁’은 국민적 신뢰를 저버린 대표적 사례다. 반대파를 몰아세우고 자기 사람 심기에만 급급한 정치는 결국 민생 파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이러한 중앙의 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 전북의 당선인들이 보여주는 행보 역시 이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천호성 전북교육감 당선인 인수위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인사를 인수위원으로 내정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했다. 후보 시절 음주운전 전력자 배제를 공언했던 점을 고려하면 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준 사례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인선 검증 부실과 도덕성 결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특정 인사 한 명의 과오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 기간에는 유권자 앞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다가, 당선 이후에는 제 식구 감싸기식의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내로남불' 태도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될 때 도민의 신뢰는 사정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오만함은 도지사 당선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인수위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과거 전과자 영입 논란에 대해 "민주주의적 포용력"을 운운하며 두둔하는 모습은 도민의 눈높이를 한참 벗어난 처사다. 선거 과정에서 표를 모아준 공신이라 해서 법적·도덕적 흠결마저 덮고 가려는 태도야말로 개선장군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북이 당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청년 유출, 산업구조 전환은 물론이고 전주·완주 통합 문제, 교육 혁신 등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 당장 사활을 걸고 해결책을 모색해도 부족할 판에, 권력의 주변부에서 벌써부터 자리다툼과 지분 나누기 논란이 반복된다면 도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피로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승리에 취한 권력이 얼마나 쉽게 독단과 오만에 빠지는지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의 준엄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선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화려한 권한이 아니라, 그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할 무거운 책임감이다.

      도민들은 군림하는 개선장군을 뽑은 것이 아니다. 무너진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교육을 혁신하며, 전북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성실한 일꾼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선인들이 진정으로 민심에 보답하고자 한다면 당장 승리의 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화려한 축하연보다 낮은 자세의 경청이, 보은 성격의 논공행상보다 능력 중심의 탕평 인사가, 진영의 논리보다 도민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군림이 아니라 봉사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지역 주민의 삶을 돌보는 ‘수탁자(受託者)’일 뿐, 도정과 교육청을 사유화할 권리를 부여받은 점령군이 아니다. 개선문 아래서 나팔을 불던 오만한 장수들의 끝이 어떠했는지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도민 앞에 엎드려 일할 준비를 하는 것만이, 자신들을 선택해 준 위대한 민의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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