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단봉과 보디캠, 물류센터의 야만(野蠻)을 보며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출근길 가방 속에 노트북이나 도시락 대신 호신용 삼단봉과 증거 채집용 보디캠을 챙겨 넣는 노동자들이 있다. 전쟁터의 파병 군인 이야기가 아니다. 전남 나주의 한 물류센터를 비롯해 지금 대한민국 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섬뜩한 르포 기사의 한 장면이다. 어제까지 함께 땀 흘리며 차를 고치고 짐을 나르던 동료들이 오늘 아침 "죽어야 쓰겄다"며 사목을 휘두르고 린치를 가한다. 사방에 설치된 4채널 블랙박스와 호신용품으로 무장한 채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우리 산업 현장이 이미 이성(理性)을 상실한 ‘내전 상태’에 돌입했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클래식한 노사(勞使) 갈등이 아니다. 조직을 장악한 거대 노조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생계를 잇겠다는 소수 비조합원 노동자 사이의 잔혹한 ‘노노(勞勞) 갈등’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의 숭고한 가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직 "우리 편에 서지 않으면 적"이라는 폭력적 이분법과 기득권을 쥔 다수가 미조직된 소수를 힘으로 짓밟는 야만만이 득세하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거대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그 어느 때보다 비대해졌고 난공불락의 권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권력의 그늘 밑에서 "파업하지 않고 일할 자유", 즉 소극적 단결권은 철저히 난도질당하고 있다. 배송 기사들은 무늬만 개인사업자일 뿐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전형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하루만 차를 세워도 가계가 흔들리는 이들에게 파업 동참은 생존을 건 도박이다. 이들이 내린 눈물겨운 출근 결정의 대가는 참혹했다. 대형 노조는 배차권을 독점하고 현장 조직력을 무기로 불참자들에게 은근한 업무 배제와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그것도 모자라 CCTV 사각지대에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며 동료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그들이 외치던 ‘노동 해방’이고 ‘약자 보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노조의 이 같은 행태는 노동권 쟁취라는 본래의 명분을 스스로 더럽히는 짓이며,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악덕 자본가의 착취보다 더 잔인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 착취’일 뿐이다. 이들의 변질된 폭력성으로 인해 저널리즘의 고고한 가치와 공정성이 훼손되듯, 노동운동의 순수성 역시 통째로 파산하고 있다. 대중들이 노조를 향해 ‘귀족노조’, ‘조폭노조’라는 모멸찬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이들이 자초한 결과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지옥도 앞에서 사측은 뒷짐을 진 채 방관하고, 사법당국은 사후 약방문식 수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법과 공권력이 현장의 폭력을 외면하는 사이, 소수 노동자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사투를 벌이며 사비로 삼단봉을 사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일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정상적인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이 부조리한 현장의 야만은 이제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우리 전북 지역의 물류 및 제조 현장 역시 이러한 기형적 노노 갈등의 안전지대가 결코 아니다. 폭력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법당국은 노조의 외피를 쓴 현장 폭력배들을 엄단해야 하며, 사측 역시 비조합원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할 법적·물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안전하게 일터로 향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이 지켜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바른 상식이다. 거대 노조의 힘의 논리에 밀려 소수 노동자의 생존권이 길바닥에 팽개쳐지는 현실을 언론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물류센터의 내전 사태를 계기로, 일터에서의 폭력을 원천 차단할 제도적 방어벽이 마련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평화를 바로 세우고,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출근길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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