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직원의 인건비와 운용 비용은 어디서 나오는가.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을 거쳐 들어가는 국민의 혈세, 즉 공적 재정이다. 그러나 현장의 채용 행태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사뭇 다르다. '돈은 세금으로, 채용은 이사장 입맛대로'라는 비판이 전북 교육 현장을 매섭게 때리고 있다. 공공재 역할을 해야 할 교육 현장이 일부 사학 법인의 ‘개인 사유지’처럼 운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감독해야 할 교육청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눈치보기’ 행정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전북교육청이 사립학교 신규 교원 임용시험 1차 합격자 선발 배수를 기존 3배수에서 최대 5배수로 완화 조치한 것은 이러한 눈치보기 행정의 결정판이다. 당초 3배수 제한은 필기시험 위탁을 통해 사학의 자의적인 면접 개입과 채용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사학 재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청은 슬그머니 후퇴했다. 1차 필기 합격 기준을 5배수로 넓혀주면, 재단은 2·3차 면접과 수업시연 과정에서 자체 평가라는 이름으로 특정 인물을 선발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여지를 훨씬 넓게 갖게 된다.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1차 필기시험을 합격한 유능한 인재들이 배출되었음에도, 2·3차 자체 전형을 거치며 아예 ‘최종 합격자 없음’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괴기한 현상이다. 신규 교원 충원율이 60%대까지 급락하는 파행이 이어져도 사학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재단이 미리 점찍어 둔 이른바 ‘내정자’가 1차 필기시험에서 탈락하면, 아예 전체 채용을 무산시켜 버리는 전형적인 편법을 쓰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학의 ‘깜깜이 운영’은 비단 교원 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립학교 사무직원 채용은 공개채용 의무조차 없어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친인척, 측근들이 ‘무혈입성’하는 통로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견제해야 할 교원인사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고, 법인의 자의적인 전보나 징계 강행에도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사학은 늘 ‘자율성’을 외친다. 그러나 자율성은 철저한 책무성과 공정성이 전제될 때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다. 교직원의 봉급부터 학교 운영비의 절대다수를 국민의 세금인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충당하면서, 인사권과 채용권만큼은 닫힌 문 뒤에서 행사하겠다는 것은 투명 행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특권의식일 뿐이다. 사학의 편법 채용으로 발생한 교원 공백은 기간제 교사의 남용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교실 속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전북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사학 법인의 압력에 굴복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첫째, 1차 필기시험 합격 배수를 즉시 3배수 이하로 재조정하여 자의적 개입 가능성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둘째, 면접과 수업시연 등 2·3차 심사 과정까지 교육청에 위탁하는 사학에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고, 부정이나 파행이 발생한 학교 법인에 대해서는 학급 수 감축, 재정 지원 제한 등 단호한 불이익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 교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사무직원에 대한 공채 의무화제도를 도입하여 사학 행정 전반의 깜깜이 구조를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
교육청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학의 공공성은 결코 확보될 수 없다. 교육청이 사학의 눈치를 보느라 공정의 가치를 저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민의 혈세를 유용하는 일에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북교육청의 결단력 있는 사학 개혁 조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