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열의 정치, 그들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국가와 전북의 미래를 바꿀 사업들이 전북을 외면하고 있다.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지역 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중대한 국책 사업들에서 전북이 차례로 배제되고 소외당하는 ‘전북 패싱’의 냉혹한 현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타 지자체들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며 예산과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동안, 우리 전북의 목소리는 중앙 무대에서 철저히 묻히고 있다. 도민들의 절망감과 위기감은 극에 달해 가는데, 정작 이 엄중한 현실 앞에서도 지역 정치권의 책임 있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중앙 무대에서 전북의 몫을 당당히 요구하고 도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국회의원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그들은 국가 사업의 예산 확보나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막아낼 해법을 고민하는 대신, 눈앞의 공천권을 쥐기 위한 얄팍한 셈법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대변인들이 사익(私益)을 채우기 위한 '내 사람 심기'와 '줄 세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서글픈 풍경이 지금 전북 정가의 민낯이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지역의 먹거리 사업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은 오직 자신의 정치적 영토를 지키기 위한 야합과 암투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벌어졌던 경선 규칙을 둘러싼 진통과 전북 국회의원들 간의 정면충돌은 이러한 지역 정치권의 타락과 기득권 집착을 고스란히 보여줬던 상징적 사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절차적 공정성의 치명적인 훼손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경선 룰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번복과 진통을 거듭하는 모습은 당원과 도민들에게 깊은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원칙과 기준이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시장 바닥에서도 보기 힘든 '고무줄 룰', '밀실 공천'이라는 비판이 도민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공당의 시스템이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도민들은 과연 이들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을 품기 시작했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전북 정치권의 고질적인 분열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지금 전북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원팀'이 되어 중앙 무대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절박한 기로에 서 있다. 단 하나의 예산, 단 하나의 국책 사업이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전북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공천권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뜻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며 스스로 지역 정치력을 약화시키는 길을 택했다.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사이, 중앙에서 전북 정치권의 위상과 협상력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결국 이 참담한 권력 투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작 지역 발전을 이끌 민생 정책이나 후보자의 도덕성, 능력을 따져보는 생산적인 인물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언론의 헤드라인은 오직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이느냐는 '경선 룰' 쟁탈전과 볼썽사나운 '계파 싸움'으로만 도배되고 있다. 지역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청년 유출 방지 같은 핵심 의제들은 실종되었고, 정치를 향한 도민들의 피로감과 냉소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번 충돌의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 본질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투명하다. 그들이 겉으로 앞세우는 '과거 이력 감점'이나 '공정한 검증'이라는 명분은 자신들의 사욕을 가리기 위한 그럴싸한 핑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는 차기 지역 정가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기득권을 공고히 유지하려는 현역 의원들 간의 치열한 세력 싸움이자, 공정성을 상실한 시스템이 불러온 예고된 파행일 뿐이다. 정당의 경선이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되는 인재를 등용하는 축제의 장이 아니라, 권력자의 하수인을 뽑는 사리사욕의 장으로 변질된 현실에 도민들은 깊은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전북 정치권을 향해 준엄하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그토록 당당하게 쥐고 흔드는 그 권력은 대체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 그 자리는 사리사욕을 채우고, 제 사람들을 줄 세우며 호가호위하라고 도민들이 피땀 흘려 허락한 자리가 결코 아니다. 전북의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도민의 안녕을 책임지고, 국가의 미래 속에서 전북의 영토를 넓히라는 엄중한 명령의 자리다.

      지금이라도 의원이라는 준엄한 이름값을 하라. 당장 눈앞의 볼썽사나운 계파 싸움과 줄 세우기를 멈추고, '전북 패싱'이라는 가혹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익이 아닌 국익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믿고 선택해 준 도민의 삶을 위해 일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단숨에 뒤집을 수도 있다. 오만한 정치인들을 향한 도민들의 준엄한 심판의 시간이 생각보다 머지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