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없고 낙인만 있다
    • 곽보경 / 작가·前 국회정책연구위원
    • 중수청장 인선을 두고 여권이 시끄럽다. 이상하다. 싸움을 거는 쪽이 야당이 아니다.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검찰개혁의 간판들이 개혁의 첫 단추를 제 손으로 뜯고 있다. 쥐를 잡을 고양이를 뽑는 자리인데, 이들은 쥐 잡는 솜씨를 묻지 않는다. 검은 고양이냐 흰 고양이냐만 따진다.

      그들 눈에 김지용 후보자는 친윤이다. 정부가 확인한 바는 이렇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서 기소된 4명 중 3명은 그가 지휘라인에 오기 전에 기소됐고, 남은 1명은 그가 반대했다. 정진웅 검사 사건에서도 그는 기소에 반대했고, 정 검사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윤 전 총장 친인척 사건은 재수사를 지휘했고, 윤석열 정부 첫 인사에서는 갓 승진한 검사장들이 가는 지방 고검 차장으로 밀려났다. 빛깔마저 잘못 본 셈이다. 정작 물어야 할 솜씨는 따로 있다. 그는 특수통이 아닌 형사부 출신이고, 추 지사가 바로 그 이유로 발탁했다.

      추 지사는 후보자를 '밀정'이라 부르고 나치 전범 아이히만까지 꺼냈다. 비판이 아니라 인격 살인이다. 그를 검사장으로 키운 장관이 추미애다. 이제 와서 사람 보는 실력이 형편없었다며 가슴을 친다. 근거는 윤 총장 징계 반대 성명에 서명했다는 것 하나다. 정부는 그가 비위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징계 절차가 적정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친윤이냐 반윤이냐는 본질이 아니라고 했다. 친윤 낙인이 무너지자 과녁을 옮겼다.

      김용민 의원은 이 인선을 검찰개혁 무력화 '7대 반동'의 하나로 꼽았다. 후보자가 요직을 검찰 출신으로 채울 거라고도 했다. 자리를 비워두자는 말까지 했다. 고양이 없는 곳간에서 웃는 건 쥐다. 친일 형사에 빗대더니, 반민특위 위원장에 친일파를 앉히면 어쩌냐고도 썼다. 김 후보자에게 드러난 죄목은 없다. 있는 건 검사였다는 이력뿐이다. 역사의 가장 무거운 낙인을 인사 다툼에 끌어다 쓰면, 그 낙인이 가벼워진다.

      박은정 의원은 후보자를 친윤 검사, 반검찰개혁 검사로 규정했다. 근거는 사건 지휘 이력과 검찰 수사권 축소 반대 전력이다. 정부는 그 반대가 피해자 보호 공백을 걱정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검사 이력이 죄라면, 박 의원 자신이 검사 출신이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도 그렇다. 남에게만 들이대는 잣대를 위선이라고 부른다.

      고양이를 고르는 순서는 법에 있다. 추천하고, 제청하고, 청문한다. 김 의원은 국회가 법으로 개혁의 길을 열었다고 했다. 그 길에 이 순서가 들어 있다. 그런데 제 손으로 건너뛰고 있다. 추 지사는 대통령이 내란 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한다고까지 했다. 같은 당 박범계 전 의원조차 광역단체장이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비난한다며 본분을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이 압박에 밀려 물러서면, 다음 고양이부터는 목소리 큰 쪽이 고른다.

      이 집안싸움을 가장 반기는 건 개혁의 반대편이다. 한동훈 의원은 여권이 자기 편인지로 싸운다고 비꼰다. 같은 시기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꺼내 민주당이 '조작수사 피해자 신화'로 국민을 속여 왔다고 했다. 법원 판단도 없이 끝난 혐의를 사실이라 우긴 것이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제 입으로 증명한 셈이다. 반대편이 고인을 욕보이는 동안, 개혁의 간판들은 제 집 안방에 총구를 돌렸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은 빛깔 대신 지난 사냥 기록을 꺼냈다. 2018년 대검 감찰1과장이던 김 후보자가, 진동균 전 검사의 성폭력을 덮은 감찰 담당자들을 수사해 달라는 자신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주장이다. 청문회 증인 출석도 자청했다. 그러나 무대가 페이스북이다. 현직 중수청 간부가 증거가 될 정보공개 결정문도 받기 전에, 임명권자가 청문을 요청한 인사를 공개 저격했다. 반대신문 없는 페이스북은 검증의 장이 아니다. 할 말이 있다면 청문회장에서 결정문을 펴 놓고 하면 된다.

      고양이가 쥐를 얼마나 잘 잡을지는 청문회에서 따지면 된다. 세 사람이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끌어내리려는 건 증거로 이길 자신이 없다는 고백이다. 개혁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사실로 한다. 검으냐 희냐 따지는 사이 쥐는 달아난다. 지금 개혁을 흔드는 건 김지용이 아니다. 사실 없이 낙인부터 찍는 바로 그 목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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