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해 농민들에게 콩·밀 등 타작물 재배를 지속적으로 권장해 생산을 늘려놓고 재고가 쌓이자 다시 수매량과 지원예산을 줄이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지난 20여년간 세 차례 생산조정사업을 시행하고도 사업 종료 후 참여농가가 타작물 재배를 유지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장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3~2005년 쌀 생산조정제, 2011~2013년 논 소득기반 다양화, 2018~2020년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세 사업 모두 3년 만에 종료됐으며 2023년부터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과거 생산조정사업 종료 이후 참여농가가 타작물 재배를 계속했는지, 다시 벼농사로 돌아갔는지 별도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작물 전환을 유도하면서도 정책 종료 이후 농가에 미친 영향이나 정책 효과를 추적하지 않은 셈이다.
현재 추진 중인 전략작물 정책에서도 생산 확대와 수요·비축 정책 간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밀·콩·가루쌀 등의 생산단지를 조직화하고 시설·장비 등을 지원해왔다. 생산단지 재배면적은 2024년 목표 3만ha를 넘어 3만3천ha, 2025년에는 목표 3만3천ha보다 많은 3만7천ha를 기록했다.
생산 확대와 함께 비축 재고도 늘었다. 콩 재고는 2023년 4만9,400톤에서 2024년 8만8,300톤, 2025년 12만3,600톤으로 2년 사이 약 2.5배 증가했다. 밀 재고도 같은 기간 4만1천톤에서 6만1,200톤으로 늘었다.
정부는 이에 2027년 전략작물산업화 예산을 올해 563억6,100만원에서 421억2,500만원으로 25.3% 줄였다. 정부 비축사업의 두류 수매계획도 6만톤에서 3만톤으로 절반 축소하고 밀 역시 2만8,880톤에서 2만톤으로 줄였다.
전략작물직불제 두류 지급면적도 2026년 2만2천ha에서 2027년 2만ha로 축소됐다. 특히 2025년 실제 두류 직불 지급면적 3만2,100ha와 비교하면 2027년 예산 반영 면적은 1만2,100ha, 37.7% 적다.
정부는 과잉생산 우려가 제기된 백태에 대해서도 신규 직불 참여를 제한하고 전년도 이행농가의 기존 면적 범위에서만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신장식 의원은 “정부가 쌀이 남을 때마다 다른 작물을 심으라고 요구해 놓고 사업이 끝난 뒤 농민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제대로 추적하지 않았다”며 “정부 정책을 믿고 작물을 바꾸고 시설과 농기계에 투자한 농민에게 정책 변경의 위험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조정정책은 생산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생산·소비·가공·정부비축을 하나의 중장기 수급계획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지원품목이나 수매량 변경 때 기존 참여농가에 충분한 사전예고와 단계적 조정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