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55%의 지방 취업 의향. ‘조건 미스매치’ 깨야 전북 청년 잡는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지방 기피'라는 안일한 핑계 넘어서야. 파격적인 임금 격차 보전과 주거·복지 지원 패키지로 지방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적 대전환 이루어내야


      지방소멸의 거센 파도 속에서 전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직면한 가장 아픈 현주소는 청년들의 끊임없는 수도권 이탈이다. 그동안 행정과 산업계는 청년 유출의 원인을 단지 ‘지방이라는 공간적 한계’나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 탓으로 돌리며 안일하게 위안을 삼아온 경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는 그동안의 통념을 정면으로 뒤엎는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서늘한 진실을 말해준다. 구직 청년 중 과반이 넘는 55%가 “근로 조건만 맞다면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 55%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청년들은 결코 고향을 무작정 버리고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의 살인적인 집값과 삭막한 주거 환경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지방을 등지는 진짜 이유는, 지방 중소기업이 제시하는 열악한 임금 수준과 부실한 복지, 그리고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청년들의 ‘지방 기피’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조건 미스매치’에 있다.

      그동안 전북도와 각 시·군이 추진해 온 청년 일자리 정책이 정작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신음하는 지방 중소기업에 단발성 고용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청년들에게 몇 달짜리 임시 공공 일자리를 쥐여주는 일차원적 처방에 그쳤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한두 달 견디다 떠나는 임시 거처가 아니라, 합리적인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장기적으로 정주하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터’다.

      따라서 전북자치도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 산업계는 청년 55%의 신호를 엄중한 기회로 삼아, 지방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3대 대혁신에 착수해야 한다.

      첫째, 수도권과의 임금 격차를 실질적으로 메워주는 ‘전북형 청년 임금 격차 보전’ 정책의 신설이다.
      지방 중소기업이 대기업이나 수도권 기업만큼의 초임 임금을 자체 재정으로 부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도내 중소기업에 장기 근속하는 청년들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파격적인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실질 수당, 세제 혜택 등을 결합하여 수도권 중견기업 못지않은 ‘실질 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둘째,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책임지는 ‘주거·교통·문화 통합 복지 패키지’의 구축이다.
      청년들이 지방 취업을 망설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내 복지와 주변 생활 인프라의 부재다. 도내 주요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 청년 안심 주택, 셔틀버스 및 교통비 지원, 사내 복지 포인트 공유제 등을 전격 도입해야 한다. 기업 홀로 담당하기 어려운 주거와 복지망을 행정이 든든하게 받쳐줄 때, 청년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셋째, ‘청년 친화 강소기업’ 발굴 및 직무 역량 강화 사다리 형성이다.
      단순 노동 인력을 메우는 방식을 탈피하여, 지역 대학 및 특성화고와 연계해 첨단 미래 산업(농생명 바이오, 그린수소, 첨단 소재 등) 분야의 직무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교육·승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도내 중소기업 중에서도 기술력과 일자리 질이 뛰어난 우수 기업들을 적극 발굴·육성하고, 이들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청년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채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청년 55%의 응답은 우리에게 아직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청년들의 눈높이를 탓하던 게으른 행정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일할 맛 나고 머물고 싶은 일터를 다져주는 데 도정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80%의 희망적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20%의 미스매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오직 청년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임금·복지 대전환에 달려 있다. 전북의 청년들이 고향의 기업에서 내일의 꿈을 넓혀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합심하여 과감한 결단을 내리길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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