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윤석열의 난’ 진압, 이제 야당과 시민의 시간(1)
    • 김동춘 /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그리고 국회의 탄핵 결정 이후 헌재의 탄핵 인용이 결정되기까지 122일의 시간을 우리는 ‘12.3 윤석열의 난’이라고 부를 수 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인 12.3 비상계엄과 포고령 선포로 1차 내란이 시작됐다.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신속한 대처와 해제 결의로 실패했으나, 그 이후 국민의 힘의 지도부의 지속적인 윤석열 복귀 시도, 서부지법의 폭동,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 결정과 심우정 검찰총장의 재구속 포기 등으로 2차 내란은 지속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 그리고 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윤석열 난은 일단 실패로 끝났다.

      이번 윤석열 난으로 한국은 여전히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임이 드러났지만 단시간에 그러한 쿠데타를 시민의 힘으로 진압해 강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로 1987년 민주화의 성과인 87년 헌법, 특히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행사, 주권자의 의지를 대표하는 국회의 결정 위에 군림하는 비선출 권력인 행정부, 검찰, 헌재 등의 제도적 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동안 축적된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동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윤석열 집권 후 매주 촛불시위를 진행했던 시민단체, 당일 국회로 서둘러 집결한 민주당과 보좌관들, 대통령과 지휘관의 부당한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던 국회 투입 병사들, 남태령 한남동 안국동에 집결하여 추운 밤을 꼬박 새면서 탄핵을 촉구했던 시민의 절절한 소망이 비상식적인 1, 2차 내란을 진압한 동력이었다.

      어제 우리는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재의 선고를 보며 크게 환호하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 내란 국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온갖 비상식이고 어두운 점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 우선 국제적인 환경이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1월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폭도들이 의회에 난입했던 미국에서는 선동자인 트럼프가 모든 사법적 결정을 압도하고 작년 말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1기 집권기보다 더 노골적인 파시즘적 통치를 구사하고, 유럽과 전 세계의 극우세력을 지원한다. 트럼프와 그의 최측근인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부통령인 밴스는 그냥 행동만으로 히틀러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히틀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헌법과 법치의 파괴, 의회 활동 묵살, 인종주의, 협오, 언론탄압, 노골적인 친자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지난 122일 동안 우리가 생생하게 목격했던 한국 사회의 온갖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 특히 윤석열의 집권과 통치의 기반이었던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 권력집단, 서초동 권력(검찰), 강남권력(재벌), 그리고 이번 윤석열 복귀를 위해 모든 지면을 할애하여 사력을 다한 와 거의 모든 경제신문 등 언론권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극우세력, 전광훈 손현보 등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 그리고 즉 계엄을 찬성하거나 탄핵을 반대한 약 30% 시민들은 미국에서 트럼프를 복귀시킨 바로 그 극우 그리고 잠재적인 파시즘 세력이고, 이들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온갖 논리를 동원하여 정권의 교체를 반대할 것이고, 설사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처음부터 그 정권을 흔들어대다가 약점이 발견되면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윤석열의 난이 주로 윤석열 개인의 망상과 잘못된 판단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내란이 122일 동안 지속된 데는 그러한 체제를 지지하는 정치사회적 기반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이제 군부가 대통령의 부당한 명령에 움직이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에 드러난 한국 최고 권력엘리트들의 반헌법, 반법치, 비상식적인 행동은 앞으로도 재연될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 탄핵 인용은 일단 내란의 진압으로 볼 수 있지만, 이제 다가올 수도 있는 내란, 즉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을 시도하는 일을 막는 일과, 한국의 3대 권력 집단이 군부없는 쿠데타를 감행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윤석열이 지난 12월 3일, 황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쿠데타를 감행한 동기는 더 밝혀져야 하지만, 그 동안 드러난 수사기록을 보면 그는 오랫동안 이러한 국가 긴급권 행사를 기획한 것 같다. 특히 지난 3년 간의 윤석열의 통치방식을 되돌아보면 윤석열은 검찰 출신 엘리트로서 권위주의, 안하무인, 속임수 구사, 이분법적 세계관을 가졌던 것은 분명하고, ‘전두환의 쿠데타를 선망한다’는 사적인 발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19세기 군주주의 세계관과 20세기 파시즘과 군사주의를 흠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지난 대선 후보 시절이나 취임 초기에는 프리드만의 신자유주의 논리나 이승만식의 반공자유주의 정도의 논리를 가졌기 때문에 그가 제도정치를 일거에 뒤엎을 정도의 사고를 가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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