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윤석열의 난’ 진압, 이제 야당과 시민의 시간(2)
    • 김동춘 /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 그것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식의 통치처럼 기존의 반공, 친자본 우익의 통치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집권 1년 차 정도가 지난 어느 시점에서부터 그의 통치는 봉건 파시즘의 양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인 국민의 힘 지도부를 완전히 자신에 대한 충성파로 재편하고, 야당 세력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반국가, 친북세력으로 몰고, 야당을 포함해서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정치 사회 세력을 적으로 취급하는 ‘공산전체주의’ 담론을 꺼냈다. 사실상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김건희 가족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통상적인 정당정치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면서, 그의 통치는 봉건적인 것과 파시즘적인 요소가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교 선후배를 국방장관, 계엄 업무를 직접 수행할 방첩사령관으로 임명할 때부터 통상 보수세력의 통치에서 현저히 벗어났다.

      그래서 그의 통치는 전두환, 박정희의 시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이승만 시대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이승만 정도의 카리스마가 발휘될 수 없는 시대에, 더구나 과거의 이력과 업적을 보더라도 도저히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없는 윤석열과 같은 인물이 어떻게 이승만식 봉건 파시즘을 구사할 수 있을까? 더구나 2024년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두환식으로 성장이나 안보를 들먹이면서 야당이나 비판세력을 적으로 돌릴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사실 비상계엄 선포는 그가 처한 정치적 딜레마를 파국적으로 돌파하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모든 극우 파시즘 세력이 그렇듯이 그의 집권 이후 여러 연설문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가 국가 운영의 목표나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를 대통령 후보로 발탁한 국민의힘은 그의 지도력보다는 오직 대선 승리만을 고려했다. 국민의힘과 그 지지기반인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국가 운영의 목표가 없었다. 즉 총선 승리와 다음 대선의 승리를 통한 재집권, 나아가 계속되는 집권만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래서 윤석열의 봉건 파시즘적 통치에 대해 국민의힘과 는 전혀 비토를 하지 않았다.

      결국 그런 통치방식 때문에, 그가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까지 깊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했고, 그 이후 국가 운영은 더 심한 장벽에 부딪혔다. 그런데 일방적 명령주의와 엘리트주의, 나르시시즘의 틀에서 평생 살았던 윤석열은 극우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에 빠져 총선 패배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을 부정선거와 야당의 음모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장 최악의 방식의 상황인식이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이 지속된 것은 사실 윤석열 개인이 일차적으로 잘못 선택한 비상계엄을 오히려 정당화하고 기정사실화한 국민의힘 지도부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탄핵을 겪고서도 결코 반성과 자기 변신을 하지 않았고, 건강한 보수로 정체성을 수립하지 못했던 국민의힘이 두 번째로 자기의 무덤을 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윤석열 내란은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 보수우익의 통치 능력, 국가 운영 능력 부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의 모든 담론은 바로 21세기에 부활한 20세기 군사주의 파시즘, 19세기 왕당파의 논리였다. 그래서 어제 헌재 판결에서 집약된 내란 진압은 미래로 나가는 발걸음이라기보다는 또다시 19세기, 20세기가 남긴 쓰레기와의 싸움이다.

      이번 윤석열 내란 진압은 작가 한강의 말대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 것”이다. 전두환 군부의 5.18 쿠데타와 학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의 역사가 온 국민에게 생생하게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투입 병사들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계엄군을 몸으로 막은 국회 보좌관들과 시민들,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탄핵을 요구해온 시민들의 머리와 가슴에 5.18의 기억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12.3 윤석열의 난’은 진압되었다. 그런데 극히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 탄핵 결정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바로 내란 지지, 동조 세력의 힘이 한국에 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 한덕수 최상목 등 한국 최고 관료 엘리트들은 국가의 경제, 외교, 사회 모든 부분을 형편없이 망가뜨리고도, 지난 122일 동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가져다준 책임 주체이면서도 국민들에게 어떤 사과를 한 적도 없고,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이번 헌재의 국회 측 변호인 대표인 송두환 변호사는 이들 내란지지 세력을 영남지역의 대형 산불 이후 남은 ‘잔불’이라고 묘사했지만, 그들은 ‘잔불’이 아니라 곧 닥칠 대선에서 또다시 집권해서 민주주의의 성과를 모두 후퇴시킬 수도 있는 마그마에 가깝다.<계속>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