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 또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취임 8개월 만에 사직하면서 정치권 진출을 위한 ‘선거 징검다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지역 사회에서는 국가 전략 사업의 수장이 정치 행보를 위해 자리를 떠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논란의 본질은 한 사람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이라는 국가 프로젝트가 정치의 이해관계 속에서 얼마나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이다.
새만금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다. 방조제를 막는 토목 사업도, 몇 개 산업단지를 만드는 지역 사업도 아니다. 산업·물류·관광·에너지 산업을 결합해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겠다는 장기 국가 전략 사업이다. 전북에게는 미래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에 가까운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런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새만금개발청장이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 내부 개발 계획 조정,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 산업단지 조성 등 중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출범 이후 청장 교체가 잦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 왔다. 정책의 연속성이 약하고 책임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청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다면 새만금이 정치권 인사들의 경력 관리용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직자의 정치 참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참여는 개인의 권리다. 그러나 모든 공직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 전략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라면 그 책임의 무게는 훨씬 크다.
그 자리가 정치적 경력을 위한 중간 정거장처럼 소비된다면 공직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새만금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정치에 흔들려 온 사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이 달라졌고 정치권의 논쟁 속에서 사업 속도도 여러 차례 늦춰졌다. 그 과정에서 전북 도민들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야 했다.
문제는 정치가 새만금을 이용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새만금은 정치권의 단골 소재가 된다. 누군가는 개발 지연을 공격하고 누군가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정작 새만금 사업의 장기 전략과 정책 안정성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치 구조 속에서는 어떤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새만금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산업단지 하나를 조성하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과 리더십이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린다면 기업과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지역 경제와 전북 도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새만금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책임과 제도적 안정성이다. 새만금개발청장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다.
정치가 새만금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만금을 위해 정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만금은 정치인의 경력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전북의 미래를 건 국가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