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만 비대하고 체력은 고갈된 전북의 ‘종이 인형’ 고교생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대입 올인이 낳은 서글픈 저체력 교실, 몸이 무너지면 전북의 미래도 없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미래 교육의 자화상이 지식만 억지로 채워 넣고 몸은 병들어가는 기형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인가. 오늘자 본지 5면에 실린 '전북 고교생 저체력 비상' 기사는 대한민국 교육, 특히 전북 교육이 마주한 가장 부끄럽고도 치명적인 민낯을 보여준다. 매년 실시되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전북 도내 고교생 5~6명 중 1명 꼴인 15~18%가 최하위 등급인 4·5등급(저체력 군)에 속한다는 통계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위기 신호다. 일상적인 운동조차 힘겨워하는 ‘체력 결손’ 상태의 아이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깊은 서글픔과 함께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 같은 기초체력의 붕괴는 상급 학교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초등학생 시절 한 자릿수에 머물던 저체력 비율이 고등학교에 진입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현상은 현행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고스란히 방증한다. 주범은 단연 ‘입시 위주의 교육’과 ‘체육 시간의 형식화’다. 대입 경쟁이라는 거대한 압박 속에 내몰린 일선 고등학교들은 국·영·수 중심의 교과 수업에만 목을 매고 있으며, 체육 활동은 사치나 시간 낭비 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체육 시간이 자습이나 타 교과 보충 수업으로 대체되는 오랜 구태는 여전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해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숨을 쉬고 땀을 흘릴 권리 자체가 철저히 박탈당한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거부(96.2%)’ 사태와도 일맥상통한다. 학교 밖 야외 활동은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소풍과 수학여행은 민원 무서워 취소되고, 학교 안에서 하는 체육 수업은 입시 무서워 자습으로 대체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좁은 책상 앞에 갇혀 모니터와 책장만 들여다보며, 겉모습만 그럴싸하고 속은 텅 빈 ‘종이 인형’처럼 약해지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를 바로잡아야 할 도교육청의 무책임한 방조와 부실한 사후 관리다. PAPS 제도는 아이들의 체력을 단순히 줄 세우기 위해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다. 저체력 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에게 맞춤형 운동 처방과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건강체력교실’ 등의 사후 관리가 핵심이다. 그러나 현장의 실태는 어떤가. 예산과 인력 부족, 일선 학교의 무관심을 핑계로 이 프로그램들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일회성 검사로 서류만 채우고 정작 아이들의 시들어가는 몸은 방치하는 교육 행정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체력이 곧 국력이자 모든 지적 활동의 기초라는 백년전통의 명제는 전북 교육청의 책상 위에서 완전히 먼지 쌓인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제 전북 교육은 거대한 리더십 교체기를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6월3일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차기 전북 교육감은 이 무너진 교실의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선거철마다 입으로만 ‘미래 인재 육성’과 ‘글로벌 교육’을 외치는 화려한 수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몸이 무너지면 지식도, 미래도, 꿈도 모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차기 교육감의 제1과제는 무너진 학교 체육의 정상화와 학생들의 건강 주권 회복이어야 한다. 고의로 체육 시간을 파행 운영하거나 타 교과로 전용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 삭감이나 감사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 학교 현장의 인식 전환을 강제해야 한다.

      나아가 ‘체육 시간의 전면적 보장’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스포츠 클럽 활동을 의무화하고 유명무실해진 건강체력교실의 예산과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실천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교사들이 민원 걱정 없이 체육 활동과 야외 체험을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패를 만들어주는 행정적 결단도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지식만 비대하고 체력은 고갈된 청소년들에게 전북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당당하게 땀 흘리며 뛰놀고, 건강한 신체 위에서 건전한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교육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본분이다. 차기 교육감 후보들은 5~6명 중 1명이 저체력이라는 이 슬픈 통계와 아이들의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6월 3일, 전북의 학부모와 유권자들은 말뿐인 미래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무너진 몸과 숨구멍을 먼저 열어줄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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