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시티즌’이 흔든 정치판, 청년의 주권 선언이 정치를 바꾼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지나간 주말, 잠실 일대를 가득 메운 3만 8000여 명의 함성은 단순한 선거 행정에 대한 항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과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것에 대한 주권자들의 엄중한 경고이자, 당당한 정치 주체로서의 존재를 알린 청년 세대의 주권 선언이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초유의 행정 참사 앞에서 2030 청년들은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의 70~80%를 차지한 이들 청년층은 이념의 장벽을 허물고, 진영 논리를 거부한 채 오직 ‘내 투표권을 돌려달라’는 상식의 목소리로 광장을 채웠다.

      이번 잠실 집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청년 세대가 보여준 자발성과 집단지성이다. 과거의 집회가 특정 시민단체나 정당의 조직적인 동원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번 집회는 철저히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두고 소셜미디어(SNS)로 정보를 빛의 속도로 공유하고 사회·정치적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신인류, 즉 ‘소셜 시티즌(Social Citizen)’의 등장이라고 진단한다. 2008년 미국 케이스 재단 보고서가 예측했던 “이전 세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디지털로 연결되어 의견을 표출하는 시민”의 모습이 2026년 대한민국 광장에서 마침내 만개한 것이다.

      이들 ‘소셜 시티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성 정치권의 ‘오염 시도’에 대한 단호한 거부감이다. 과거의 대규모 집회는 언제나 기성 정치인들의 숟가락 얹기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집회 현장을 찾은 일부 정치인들이 마이크를 잡으려 하자 청년들은 거센 야유로 응수하며 그들을 밀어냈다. 오랜 기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청년들의 분노에 편승하려 했던 이들에게도 발언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본질을 흐리려는 모든 시도를 청년들 스스로가 완벽하게 차단해 낸 것이다. 이는 청년들이 기성 정치의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에 이용당하지 않을 만큼 성숙한 정치적 면역력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기성 세대는 종종 2030 세대를 향해 ‘정치적 무관심’ 혹은 ‘파편화된 개인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우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청년들이 정치를 외면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정치 구조를 외면했던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취업난, 주거 불안정, 불공정성 등 구조적 모순 속에서 억눌려왔던 청년층의 불만은 나의 신성한 표 한 장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참정권 침해 사태를 계기로 폭발했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의 지적처럼, 소셜미디어를 무기 삼아 스스로 정치 주체가 된 청년들은 이제 기성 정치가 짜놓은 판 위에서 춤추는 조연이 아니라,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를 연출하는 당당한 주연, 즉 ‘주권자 운동’의 중심에 섰다.

      ‘소셜 시티즌’으로 거듭난 2030 세대의 이 같은 바람직한 정치 참여는 결국 대한민국 정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들은 묻지마식 투표나 맹목적인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나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언제든 디지털 공간에서 결속하고 광장으로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유권자 집단이다. 정당의 간판만 보고 표를 던지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정치권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실질적인 삶의 궤적을 바꾸는 정책으로 승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엄혹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가꾸어가는 과정이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분노의 기억은, 역설적이게도 청년들에게 스스로의 주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력한 효능감을 심어주었다. 디지털로 무장하고 상식으로 연대한 소셜 시티즌의 도도한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성 정치가 이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낡은 틀을 깨부수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주도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도태될 뿐이다. 청년이 주체로 우뚝 선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더 맑고 공정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