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삼전닉스 호남투자’에 전북은 없다
    • 요즘 지면과 정치권을 달구는 이른바 ‘삼전닉스 호남 팩토리’ 논란을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호남에 이뤄질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정작 거론되는 지역은 광주와 전남 장성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이란 말 속에 전북은 포함되는가, 아니면 필요할 때만 동원되는 허울 좋은 지역 명칭에 불과한가.

      호남이라는 이름은 전북과 광주·전남을 함께 아우르는 역사적·지리적 명칭이다. 그러나 국가전략산업 배치 논의만 시작되면 전북은 슬그머니 지워진다. 정치권은 ‘호남 투자’라는 말로 지역 균형발전의 성과인 양 포장하지만, 실상은 광주·전남 투자에 가깝다. 전북 도민 입장에서 이는 명백한 착시이자 기만이다.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박수를 받고, 전북은 들러리로 세우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북 정치권과 행정의 대응이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광주와 장성 중심으로 가닥을 잡는 동안 전북은 무엇을 했는가. 뒤늦게 “전북에도 일부를 배치해 달라”고 말하는 수준이라면 이는 전략도 협상도 아니다. 국가전략산업은 읍소로 얻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경쟁력으로 따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북은 매번 ‘소외됐다’는 말만 반복하고, 실제 산업 입지와 인력, 전력, 용수, 기업 생태계를 묶어낼 치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수십 년간 지역의 산업 구조와 일자리, 청년 인구, 세수 기반을 좌우할 미래 생존의 문제다. 이런 중대한 국면에서 전북이 빠진 ‘호남 투자’를 호남의 성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광주와 전남의 성과를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북 없는 호남 투자를 호남 전체의 승리처럼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북은 이제 분명히 말해야 한다. ‘삼전닉스 호남투자’에 전북은 없다. 그렇다면 전북 몫의 국가전략산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새 도정과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 호남이라는 큰 이름 뒤에 숨어 박수칠 때가 아니다. 전북이 빠진 균형발전은 균형발전이 아니다. 전북은 더 이상 들러리도, 구색 맞추기도, 사후 읍소의 대상도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를 넘어선 전략이고, 구호를 넘어선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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