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호남(전남북)에는 어린이가 밤에 갈 수 있는 소아과병원이 경기도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등 소아 필수의료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조 의원이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데이터처와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야간·휴일 소아 외래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수도권 쏠림으로 호남 지역의 의료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호남지역 시군별 합계 출산율이 전국에서 상위권에 있는 등 상대적으로 수도권 등에 비해 태어나는 어린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은 호남지역에서 어린이를 키우는 것이 더열악한 실정이다.
2025년 기준 전국 합계출산율 상위 1~5위(전남 영광 1.79명, 장성 1.69명, 강진 1.65명, 전북 임실 1.61명, 전남 함평 1.43명)를 호남이 싹쓸이했고, 상위 10곳 중 8곳이 호남이었다. 시·도별 출산율 역시 전남 1.09명(전국 1위), 전북 0.85명으로 서울(0.63명), 경기(0.84명)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출산율 전국 최상위를 휩쓴 영광·장성·강진·임실·함평 등 호남의 핵심 군(郡) 지역에는 야간에 문을 여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단 1곳도 없다. 2026년 7월 기준 전국 153개소 중 수도권이 71곳(46.4%, 서울 20, 인천 7, 경기 44곳)에 달하는 반면, 광주를 포함한 호남권 전체는 19곳(12.4%, 광주 5, 전북 7, 전남 7곳)으로 경기도 단 1곳(44곳)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43.2%)에 그쳤다.
그마저도 광주(5곳)와 전주, 군산, 순천 등 도내 도시권에만 편중되어 있어, 호남 내 대다수 농어촌 군 지역은 ‘야간 소아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다. 2025년 전국 지원 예산(191억 1,000만 원) 역시 수도권이 92억 9,000만 원(48.6%)을 독식한 반면, 호남권 전체(광주·전남·전북) 배정액은 15억 5,750만 원(8.1%)으로 수도권의 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격차는 현행 제도가 병·의원의 ‘신청’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가 몰려있는 수도권은 그만큼 신청할 수 있는 병·의원들이 많고, 손쉽게 지정받아 정부 지원을 챙기는 반면, 소아과가 거의 없는 호남 농어촌 지역은 신청조차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인구가 많아 병원이 집중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수도권은 반경 수 킬로미터 내에 야간 소아과와 대체 대형병원이 촘촘한 반면, 면적이 넓은 호남 등 농어촌 지역은 야간 외래 진료기관이 전무해 부모들이 한밤중에 1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이동권의 재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군 지역에 경증 소아를 분산해 줄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다 보니 가벼운 열감기 환자까지 대학병원 응급실로 몰려들어 호남권 소아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진 번아웃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정부는 저출생이 국가 비상사태라면서, 정작 전국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호남의 부모들에게 밤마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다”며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출산율을 지켜내고 있는 호남 지역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달빛어린이병원 등 호남권 심야소아의료망 확대를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김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