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 기관 뭉친 ‘전북형 ODA’. 껍데기 거버넌스 넘어 자체 예산 키워야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전북대 중심으로 뭉친 ODA 협의회 확장은 긍정적. 그러나 국비 공모에만 매달리는 ‘천천형(淺淺型) ODA’로는 타 지자체 독자 브랜드와 경쟁 불가능


      공적개발원조(ODA)가 단순한 인도적 구호를 넘어 지역 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전북대학교 전북국제개발협력센터를 거점으로 한 ‘전북지역 ODA 활성화 협의회’가 한국국토정보공사(LX), 캠틱종합기술원 등 신규 기관을 맞이하며 총 17개 기관 규모로 외연을 확장했다. 대학과 지방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손을 잡고 전북 특화형 국제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외연 확장의 성과에 도취하기엔 타 광역시도와 비교한 전북자치도의 ODA 체급과 성과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타 지자체들이 명확한 정체성과 탄탄한 자체 재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는 동안, 전북은 여전히 '정부 공모사업 수주'라는 천편일률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 광역단체의 ODA 성과를 들여다보면 그 격차는 더욱 명확해진다. 경상북도는 단일 지자체 중 독자적인 ODA 예산 1위를 자랑하며 ‘새마을 ODA’라는 강력한 단일 브랜드를 구축해 아시아·아프리카 20여 개국에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해외봉사단을 직접 파견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T-money 교통시스템, 상수도, 전자정부 등 대도시 행정 소프트웨어를 개도국에 이식하는 ‘도시행정 ODA’로 글로벌 거점 도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자체 기금과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의료진 초청 연수와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결합한 다각화된 ODA 모델을 가동 중이다.

      반면 전북의 성과는 어떠한가. 전북은 농생명·스마트팜 자원과 LX의 공간정보 기술 등 훌륭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자체 예산 투입이 극히 미미하다. 결국 KOICA(한국국제협력단)나 중앙부처의 공모 사업에 응모해 예산을 따오는 ‘위탁 수행형 ODA’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판을 깔고 도내 기업을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사업 공모 결과에 따라 매년 사업의 연속성이 흔들리는 아슬아슬한 구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ODA의 한계와 과제

      첫째, 지자체 자체 ODA 예산의 획기적 증액이 시급하다.

      아무리 17개 기관이 모여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한들, 전북자치도가 투입하는 자체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빈껍데기 협의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국비 공모에만 목을 매는 구조에서는 전북만의 장기적이고 독자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도 차원의 ODA 지원 조례를 정비하고 독자적인 기금과 예산을 편성해, 중앙 정책 기조와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전북형 독자 브랜드 사업'을 키워내야 한다.

      둘째, '봉사형 ODA'를 넘어 도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비즈니스 연계형 ODA'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개도국에 선의를 베푸는 단순 구호 사업만으로는 지역 경제에 돌아오는 실익이 적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스마트팜, 농기계, 친환경 소재, 공간정보 기술을 ODA 사업과 직접 결합해야 한다. 개도국 현지에 전북의 기술과 장비를 이식하고, 이를 거점으로 도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수출형 판로 개척'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셋째, 17개 참여 기관 간의 실질적 융합과 민간 주도성 강화다.

      협의회 세 불리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LX의 공간정보, 캠틱의 R&D, 전북대의 인재 양성 역량이 실제 하나의 융합형 프로젝트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중심의 관제 흐름에서 벗어나, 도내 민간 기업과 NGO가 ODA 사업의 실질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컨설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ODA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지자체의 글로벌 경쟁력이자 미래 산업의 수출 교두보다. 전북자치도는 17개 기관이 모였다는 외형적 세 과시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 주머니를 열고 실질적인 ODA 생태계를 기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비에 의존하는 ODA 변방'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을 세계로 연결하는 ODA 선도 도시'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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