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관광 소비 2.1%의 수치심. 서해안 복합거점으로 체질 바꿔라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천혜의 고군산군도와 변산반도 품고도 전국 최하위권 해양 소비
      - 스쳐 가는 ‘관람형’ 탈피하고, 마리나·숙박·산업 결합한 ‘체류형 생태계’ 구축에 모든 사활 걸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품은 서해안은 말 그대로 천혜의 보물창고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갯벌에 이르기까지 타 광역시도가 부러워할 만한 독보적인 해양 자원을 자산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통계 데이터가 드러낸 전북 해양관광의 현주소는 차마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로 참담하다. 전국 해양관광 소비액 중 전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 2.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2.1%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치의 열세를 넘어, 그동안 전북의 해양관광 정책이 얼마나 철저하게 겉핥기식에 머물렀는지를 증명하는 명백한 실패의 성적표다. 부산, 전남, 강원, 경남 등 주요 해안 지자체들이 수년 전부터 해양레저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급 숙박 시설과 특화 콘텐츠를 연계해 외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동안, 전북은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 풍경을 눈으로 담고 한 끼 식사만 마친 뒤 유유히 빠져나가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의 고리를 단 한 번도 끊어내지 못했다. 바다는 열려 있었지만, 관광객이 머물며 돈을 쓸 공간도, 즐길 거리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결과다.

      이러한 고질적인 외화내빈(外華內貧) 구조를 깨부수지 않고서는 ‘해양관광 강도(强道)’나 ‘서해안 시대의 중심’이라는 구호는 허망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전북도가 뒤늦게나마 군산, 부안, 고창 등 서해안권 일대를 묶어 해양레저관광 복합거점을 조성하고 관련 산업생태계를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방향성 면에서 매우 다행스럽고 타당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번 복합거점 구상마저 과거처럼 단발성 공모사업 수주나 소규모 보도블록 교체 수준의 관제 사업으로 전락한다면 전북 해양의 미래는 영영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전북 해양관광이 2.1%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대 구조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관람형 관광’에서 먹고 자고 즐기는 ‘체류형 복합거점’으로의 과감한 체질 개선이다.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는 전망대나 데크길을 깔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바다 위에서 요트와 카누를 타고 해양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 항만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여기에 가족 단위 관광객과 럭셔리 휴양객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대규모 민간 콘도·리조트 및 고급 숙박 시설을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낮에는 바다 레저를 즐기고 밤에는 해안 상권에서 소비하며 최소 2~3일 이상 체류하는 ‘패키지형 휴양 생태계’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관광객의 머무는 시간이 지역 소상공인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진다.

      둘째, 서해안 3개 시·군(군산·부안·고창) 간의 광역적 역할 분담과 중복 투자 방지다.
      군산의 고군산군도 레저 자원, 부안의 격포·위도 권역 휴양 자원, 고창의 갯벌 생태 자원은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행정이 시·군별로 유사한 해양 레저 시설을 제각각 구축하는 각개전투식 중복 투자를 방치한다면 예산만 낭비하고 서로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전락할 것이다. 전북자치도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되어 3개 시·군의 해양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하나의 커다란 ‘전북 서해안 해양 벨트’로 묶어내는 종합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관광을 넘어 해양 바이오 및 레저 장비 등 ‘연계 산업생태계’로의 확장이다.
      해양관광은 단순히 음식을 팔고 방을 대여하는 3차 산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해양레저 장비의 정비·제조업, 갯벌과 해양 자원을 활용한 뷰티·헬스케어 해양 바이오 산업 등 2차·6차 산업과 결합할 때 비로소 지역 내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관광 거점 조성을 매개로 도내 기업들이 해양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전북의 바다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개발 공약과 정치적 수식어 속에서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다. 전국 2.1%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개척하고 끌어올릴 수 있는 상향 공간이 그만큼 광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북도정은 이제 껍데기뿐인 행사나 일회성 관광객 수 집계에 연연하지 말고, 민간 자본이 기꺼이 흘러들 수 있는 매력적인 복합거점을 다지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머물고 싶고, 돈을 쓰고 싶으며, 다시 찾고 싶은 ‘진짜 서해안 해양 거점’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전북 경제의 체질을 바꿀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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