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개혁이 궁금하다(2)
    • 유시민 / 작가

    • 3.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가?
      아니다.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은 각자 다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100만 명의 유족연금 수급자와 소수의 장애연금 수급자를 포함해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70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건 아니다. 급여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1인당 월평균 지급액이 60만 원 이상인 국민연금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3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수급자의 12.4퍼센트만 100만 원 넘게 받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보험료율이 낮고, 소득대체율도 따라서 낮은 탓이다. 소득의 겨우 9퍼센트를 내고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연금을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해하지 마시라. 소득대체율이 40퍼센트라고 해서 누구나 생애 평균소득의 40퍼센트를 받는 게 아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가입자 평균소득을 버는 사람이 40년 동안 보험료를 빠짐없이 납부했을 때 그 기간 평균소득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실질 소득대체율’은 2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연금 제도가 아직 40년이 되지 않았고 가입자들이 여러 사정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늘어나고 취업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짧아지는 상황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3퍼센트 포인트 올렸다고 해서 실질 소득대체율이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지금도 앞으로도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는 노후생활을 해나갈 수 없다. 그러나 적은 액수라도 국민연금을 받으면, 충분하진 않아도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

      4, 기금 적립금 고갈은 불가피한가?
      그렇다. 이번에 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으로는 적립금 고갈을 막지 못한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보험료 절반을 자신이 내고, 지역가입자와 임의가입자는 전액 스스로 부담한다. 2007년 개정한 법률에 따른 국민연금 수익비는 약 1.8이었다. ‘평균적 가입자’가 자신이 낸 돈보다 1.8배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평균적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에 해당하는 소득을 벌면서 전체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만큼 보험료를 내고 전체 가입자 평균 수명만큼 사는 ‘가상의 가입자’를 가리킨다. 2019년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기금 적립금은 2041년 약 1778조 원으로 정점에 오르고 2042년부터 감소해 2057년 완전 소진될 예정이었다. 이번 법 개정은 고갈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평균적 가입자’의 수익비가 조금 하락해 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이 10년 정도 늦추어질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작년에 공개했어야 할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 결과를 내놓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정도 효과는 날 것으로 본다. 출생률‧고용률‧경제성장률‧임금인상률‧기금운용수익률 등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 규모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서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면 10년 정도 고갈 시점이 늦추어진다는 말이다.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부추기면서 최상목더러 거부권을 발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기금 고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건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완전한 해결책을 모색할 시간을 벌어준 것은 분명하다. 50점보다는 60점이 낫지 않은가? 100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60점짜리를 버리고 50점짜리를 고수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5.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는 합리적인가?
      소득재분배는 좋은 일이지만 국민연금을 통해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소득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고,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률이 높다.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소위 ‘A값’을 모든 가입자의 연금액을 산정할 때 같은 비중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연대’를 품고 있다. 그렇지만 소득 최고등급 가입자의 수익률도 어떤 민간보험회사의 연금 상품 수익률보다 높다는 점은 잊지 말자. 그렇지 않다면 왜 서울 강남에 사는 가정주부들이 임의 가입해 최대한 높은 보험료를 내겠는가.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과제다. 국가의 과제를 왜 국민 일부만 가입한 국민연금으로 하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 40퍼센트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서 산다.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생활을 한다.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은 국민들끼리만 국민연금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은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구조개혁을 동반하지 않은 재정 안정화 개혁이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득재분배는 국민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 부조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려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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