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탄핵 기각 기다리고 있는 플랜B ‘2차 내란’
    • 김종대 / 연세대 통일교육원 객원교수

    • 참으로 말하기도 어렵고 글 쓰기는 더더욱 어려운 시간이다. 나는 지난 몇 주간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한 야당 성향의 법조인이나 정치인의 예측이 맞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일자가 아니라 시간으로 구속 기간을 산정한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범죄를 소명해야 할 검찰이 아예 출석하지도 않아 기각된 구속 영장 심사, 초고속으로 변론을 강행한 후 선고는커녕 4주가 넘도록 평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등등. 한국의 사법 체계는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시민에게 어떤 악의를 품고 있기에 이토록 비상식적인가.

      24일에 열린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의 선고문은 예상과 달리 지난 12·3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없이 기각이라는 매우 모순적인 결론을 제시한다. 피청구인 한덕수가 작년 12월에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를 헌법을 위반한 ‘부작위’라고 하면서도 “국민을 배반한 정도는 아니다”라며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이 선고에서 헌재는 계엄과 내란에 대한 어떤 판단도 유보한 채 형식 논리만으로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참으로 무책임하며 소신 없는 행태다. 3월 초만 하더라도 이런 일련의 사법 흐름을 예견한 언론인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법조계를 출입하는 일선 기자들조차 “시중에 나돌던 지라시가 훨씬 더 정확하지 않나”는 탄식을 한다. 우리의 이성과 상식이 조롱을 당하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사법 붕괴의 연쇄 도미노가 진행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헌법재판소 변론이 진행되던 시기에 윤석열 탄핵은 내용의 문제였다. 계엄이냐 계몽이냐, 의원이냐 요원이냐, 봉쇄냐 질서 유지냐와 같은 비상계엄의 위법 요인과 국헌문란의 의도성과 목적성에 대한 규명이 주요 논란이었다. 그러나 이는 압도적인 증거와 다양한 진술로 인해 윤석열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다. 이즈음 극우 광장에서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의 헌재 흔들기의 강도가 높아졌다.

      변론이 마무리되고 3월 초에는 탄핵 심판은 돌연 절차의 문제로 프레임이 전환되었다. 국회의 탄핵 의결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부합되는지, 청구인 측이 내란죄를 제외한 것이 적절한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있는지, 내란 피의자의 검찰 진술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와 같은 탄핵 청구 절차에 대한 시비였다. 헌재의 평의에서도 재판관들 사이에 절차의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 진다. 이즈음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은 탄핵 기각에서 ‘각하’로 주장을 변경한다.

      변론 종결 이후 4주차에 진입한 지금은 내용이나 절차보다 ‘시간’의 문제로 다시 프레임이 전환된다. 윤석열 탄핵 선고가 이재명 대표 항소심 선고 이전이냐 이후냐, 헌법재판관 두 명의 임기 만료 전이냐 이후냐와 같은 시간의 문제가 전면에 부상한 상황이다. 지금은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던 조선일보나 국민의힘도 느긋한 기다림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들은 탄핵 심판을 재촉하지도 않을뿐더러 조기 대선은 물 건너간 것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마치 골대가 움직이는 축구와 같다.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어도 골대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 이 경기장은 이상하게 골대 자체가 움직인다.

      윤석열 탄핵 선고가 지연되면서 정작 지난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적 진실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있다. 우리는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이 출동한 상황에 대해서는 목격자이자 증언자다. 게다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에 대한 변론이 진행되는 최근에도 행정안전부가 경찰력을 주축으로 한 경비계엄의 절차와 방식을 검토하는 등 또 다른 변형된 내란이 가능하다는 점은 어떤 사법의 영역에서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

      작년 초부터 준비된 ‘플랜B’는 지난해 국방부장관이 주도하는 비상계엄과 달리 경찰응원법을 근거로 일시에 특정 장소에 경찰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경비계엄을 가정으로 한 것이다. 김용현이 경호처장이던 시절에 구상한 경비계엄 구상은 그가 국방부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비상계엄으로 급선회했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 진행된 최근의 경찰과 경호처 인사는 윤석열 선고 이후를 대비한 모종의 계획이 존재함을 일깨워 준다.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윤석열의 지난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석열을 파면하는 ‘사후적 사법 기능’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다. 법을 해석함에 있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또 다른 내란 사태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사례를 만드는 ‘예방적 사법 기능’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히 내란과 외환에 관한 사법 처리에서 차질을 빚을 경우 국가는 순식간에 무정부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형사재판보다 훨씬 더 높은 예방의 책임이 요구된다. 내란 세력에 대한 헌재의 면죄부는 윤석열 측이 노리는 무정부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지난해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 독재를 탄핵했더니 이제는 법원의 무능으로 인해 무정부 상태로 추락할 위험이 조성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적신호가 켜진 3월은 다시 광장에서 시민 역량의 대결집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는 시기다. 황사가 온다고 해도 꽃은 피게 마련이다. 더 강한 민주주의와 사회 대개혁을 향한 광장의 요구에 우리 스스로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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