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한민국 모든 부가 미국 덕분이라고?
    • 김관춘 / 논설위원

    •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으로 국정을 맡은 권한대행의 책무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선출된 적 없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최근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책임감 있는 최고위 공직자가 보여야 할 언행과 태도와는 거리가 먼, 오락가락한 행보와 정치적 저울질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국회의 정당한 출석요구에는 불응했던 한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만을 생각하며 추경안을 논의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국정 책임자로서 신뢰를 얻기엔 이미 늦었다. 본인은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정치적 셈법이 그 누구보다 깊숙이 내재돼 있는 듯한 모습이 훤히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직의 최고위 공직자가 정작 자신은 대선 출마 여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선출된 대통령처럼 국정을 운용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인가?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효력 정지시키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말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헌재의 제동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현상 유지’에만 그쳐야 할 한 대행의 권한 남용과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잠시 국정 최고 책임자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공직자가 헌법기관의 견제에 귀를 닫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국정은 국민의 것이 아니라 사적 욕망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는 미·중 전략 갈등 속에 ‘관세 전쟁’이라는 통상 압력에 직면해 있고 대내적으로는 물가, 부동산, 고용 등 민생 문제로 국민 삶이 위태롭다. 이런 위기 속에서 권한대행은 조용하고 신중하게 국정을 책임지는 현상유지적 ‘관리자’에 그쳐야지, 정치 무대에 올라설 기회를 노리는 ‘주연 배우’를 자처해서는 안 된다. 한 대행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론에 흘리며 “트럼프가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물어봤다”며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 시절 트럼프와 통화했을 당시 같은 질문을 받았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점과 비교하면, 이 발언은 명백한 정치적 계산의 흔적을 드러낸 것이다. 국가를 대표해 외국 정상과 나눈 대화의 성격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은, 최고위 공직자의 중립성과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다.

      더구나 여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대선 차출론’에 대해 한 대행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출마할 뜻이 없다”는 단호한 불출마 선언은커녕, 가능성을 열어두고 애매한 태도나 노코멘트로 일관해 왔다. 이는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5월 4일, 공직자의 대선 출마 사퇴 시한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직접 주도하는 주요 외교·경제 현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을 국민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국가의 이익이 걸린 민감한 사안을,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의사결정에 나서는 일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한 대행은 특히 최근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체결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우려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또한 우리의 모든 부는 미국 덕분이라는 친미 사대주의자이고, 한미통상 협의에서는 “미국에 맞서지 않겠다“는 저자세를 보여 국민을 경악시켰다. 그러니 윤석열 이후 최대 리스크가 한덕수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한 대행의 그간 행보는 이 원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준다. 지금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 ‘공정한 대선 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묻는다. 정말로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하며 국정에 임하려 한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왜 아직도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가?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신이 어떻게 과도기 국정을 엄정하게 관리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은 권한대행이라는 자리를 정치적 도약의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한덕수 대행의 얍삽한 술수를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한 대행이 만약 대선 출마의 뜻이 있다면 국민을 더 이상 농락하지 말고 즉시 사퇴하라. 반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에 전념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오직 과도기 국정 관리자로서의 소임에만 집중하라. 공직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봉사의 자리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그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잊음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뿐이다. 역사 이를 명징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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