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귀연, 사법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증거(2)
    • 유시민 / 작가

    • 헌법 제103조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법관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귀연 판사는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그 자신은 알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누가 협박했을지 모른다. 매수했을 수 있다. 윤석열과 같은 극우적 사상을 지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가능성일 뿐, 어떤 경우인지 판단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그럴듯한 증거가 드러난다고 해도 당장 달라질 건 없다. 헌법 제106조에 따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ㆍ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지귀연 판사한테 어떤 조처를 할 수 있는 주체는 둘 있다.
      첫째는 대법원장이다. 대법원장은 제2조와 제4조에 의거해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렇게 할 리 없다. 그는 윤석열이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체포 명단에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과 현직 판사들을 포함시킨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한테 무언가를 기대해 봐야 헛일이다.

      둘째는 국회다. 국회는 헌법 제65조에 의거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 직무를 집행한’ 판사를 탄핵할 수 있다. 민주당은 충분히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판사를 탄핵할 수 있다. 나중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한다 하더라도 일단 지귀연 판사의 직무를 정지시켜 내란죄 재판부를 교체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판사 탄핵을 극도로 꺼린다.

      대법원장과 국회가 하지 않는 한 누구도 지귀연 판사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시민들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다.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의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거나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리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를 확정하는 시나리오다. 그럴 경우 윤석열을 내란죄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헌법 제13조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이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내란죄로는 다시 기소하지 못한다.

      ‘설마!’ 라고 하지는 말자. 지귀연 판사가 구속기간을 날이 아니라 시로 계산하리라고,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즉시 포기하리라고, 그래서 형량이 무기징역과 사형밖에 없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이 풀려나리라고, 그 누가 상상했는가?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고장 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매주 한 번 공판을 해서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6월 4일까지 1심 재판을 끝낼 수 없다. 정권이 바뀌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해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고장 난 사법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판사가 헌법을 무시하고 형사소송법을 어기면서 상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해도 검찰이 한통속이고 대법원장이 봐주고 국회가 탄핵소추권 행사를 자제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판사가 법정에서 신처럼 행동해도 되는 사회가 민주공화국일 수 있는가? 법치주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될지, 된다 해도 언제 될지 알 수 없다. 대법원장이나 국회가 내란죄 재판에서 지귀연 판사를 배제하는 데 필요한 조처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헌법이 준 표현의 자유를 활용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판사 지귀연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 지귀연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개인 지귀연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판사 지귀연의 행위에 대해서만 비평한다.
      다시 말한다. 나는 지귀연 판사가 법률을 위반해 윤석열 구속을 취소했다고 판단한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내란죄 재판을 진행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가 국민 전체에게 봉사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으로서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법원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나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그리고 내 몫의 의무를 다하는 납세자로서, 위법 판결을 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지귀연 판사를 징계하고 싶다.

      어떻게? 지귀연이라는 이름을, 윤석열과 나란히, 살아 있는 마지막 날까지 잊지 않는 방식으로. 기회 생길 때마다 그 이름을 거론하는 방식으로. 이것 말고는 내 힘으로, 합법적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를 응징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많은 시민이 각자의 방식으로 징계하면 지귀연 판사가 마음을 바꿀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없어도 나는 내 방식대로 그를 징계하는 행위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공화국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니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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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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