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의 속도전이 매우 수상쩍다
    • 김관춘 / 논설위원

    •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전례 없이 ‘신속 심리’ 절차로 집행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회부에 이어 곧바로 속행기일 지정에 이르기까지, 광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절차는 법관의 양심과 독립을 지켜줘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조희대 대법원이 어떤 대법원인가. 계엄 직후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갔을 때 대법원은 긴급회의를 열어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대응방안‘을 검토했다. 판사를 ’수거대상‘으로 지목한 노상원 수첩이 공개됐을 때도, 폭도들이 서부지법을 파괴했을 때도, 지귀연이 윤석열을 탈옥시키고 재판특혜를 주었을 때도 대법원은 단 한마디 논평조차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정도라면 의구심을 살만하지 않는가.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그 독립과 권위는 오직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질 때 비로소 실효를 발휘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형사 재판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법정 포토라인을 거쳐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엄정한 재판 절차를 밟았다. 이에 비해 지귀연이 이끄는 윤석열 내란혐의 재판부는 지하통로 출입 허용, 사진 촬영 제한, 피고인 착석 위치 후방 배치 등 일련의 ‘특권 대우’를 허용해 국민적 불신의 중심이 되었다.

      이 같은 불신은 이재명 의원의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은 2심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 내린 무죄 판결로, 법리를 번복하기가 쉽지 않은 ‘사실심’적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부쳐 신속 심리로 진행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이 사건의 결론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알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례적 절차를 통해 빠르게 강행하는 재판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 결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사건을 대법원에 배당된 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그날 오후 바로 심리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소규모 재판부(소부)가 먼저 사건을 심리하고,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또 전원합의체 심리는 10일 전에 미리 지정·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전 연구와 보고 절차도 있어야 한다.

      이번 절차 진행은 해외 사례와도 대비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방대통령 형사 사건을 인계받을 경우, 통상 수개월에 걸친 사전 심리를 통한 심도 있는 검토 과정을 거친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연방대법원은 일차 심리 기간만 180일 이상을 소요했다. 영국 대법원 역시 주요 정치인 재판을 다룰 때 평균 3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을 보장한다. 이처럼 주요 민주국가 사법부는 ‘속도’보다 ‘신중함’을 택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 주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함에도 그런 절차가 전부 생략되거나 무시되었다. 헌법 제12조는 ‘적법절차’를 강조한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법에 정해진 형식과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절차를 생략하고 예외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원합의체를 열었다. 이는 재판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헌법 제65조는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어기면 탄핵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는 법조문뿐 아니라 적법절차 같은 헌법의 기본 원리를 어긴 경우도 포함된다.

      조 대법원장의 이번 결정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사법부 절차를 왜곡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유력 후보에게 적용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는 매우 엄중하다. 이는 공정한 선거와 국민 신뢰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이며, 탄핵 사유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이례적 심리 절차가 과연 국민 주권을 존중하는 방식인가. 사법부가 보여주는 특정인의 특별대우와 사상 초유의 신속 절차에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한가” 국민이 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엄중하다. 법관은 그 어떤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림 없는 독립성과 양심을 지켜야 하며 대법원장은 이를 보장할 마지막 수호자다. 그러나 그 보루가 먼저 금이 간다면 사법부 독립은 단지 사법부의 독선일 뿐이다.

      조속한 심리 집행이 이재명 의원의 혐의 입증을 위해 절실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속도를 앞세운 절차 운영이야말로 ‘사법적 편향’을 의심케 하는 단초가 된다. 대법원은 즉각 신속심리 절차를 재고하고, 사건의 중대성·법리적 사안·절차적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심판을 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빠른 판결’이 아니라, ‘공정한 판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설 때 비로소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대법원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기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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