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헌법재판소 진술에서 자신이 저지른 비상계엄 선포, 국회 군 투입과 국회의원 체포 시도, 선관위 침탈, 그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가의 대혼란과 경제위기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헌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12.3 이후 오히려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만들어 자신을 탄핵했다고 적반하장격의 논리를 폈으며, 자기 지지자들이 벌인 초유의 서부지법 난동에 대해 ‘감사’와 ‘미안함’을 표시했다.
윤석열은 헌재 진술에서나 지난 8일 출옥 후 발언에서 자기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가 내란범으로 구속된 군 지휘관들, 특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병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어야 했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온 국민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에 대해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만 주로 감사를 표시했다. 즉 그가 말하는 국민은 오직 자신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는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야당을 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이후 자신의 육성으로나 변호인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애초의 생각을 전혀 철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상계엄은 사실상 야당 지도부와 ‘수거 대상’인 비판 세력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계엄령을 경고용 계엄 혹은 ‘계몽령’ 운운한 것은 사실상 말장난인데, 국회의원 체포 시도, 선관위원 체포 고문 시도, 노상원의 수거 명단과 ‘처리’ 구상 등에서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계엄 당시 군의 모든 행동과 곽종근, 홍장원 등의 진술은 거의 일치하며, 헌재 재판정에서의 윤석열과 변호인들의 사후 발언이나 변명과는 배치된다.
윤석열이 출옥하여 개선장군처럼 행동한 것은 헌재에서의 그의 발언들, 즉 비상계엄 선포가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통치권 행사였으며, 이후의 수사나 탄핵이 모두 불법적이라는 주장과 같은 궤도 위에 있다. 출옥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며 정당한 통치권 행사라고 강변한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이 되는 ‘전시, 혹은 준전시 상황’, ‘국무회의 의결’을 명백하게 위반하였고. 포고령에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불법적인 내용을 포함한 것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당일 자신이 여러 번 전화로 명령을 내린 군 지휘관들의 증언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서 부인했다.
윤석열의 모든 발언과 행동을 보면 그는 조금의 죄의식이나 범법 의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헌재 파괴 투쟁을 할 태세다. 그는 이후의 내란죄나 직권남용 관련 수사에는 거의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검찰을 제외한 경찰이나 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도 응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 준다. 즉 탄핵이 되어도 윤석열은 계속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거나 거리를 활보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쿠데타 주역이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반대 세력을 ‘처단’할 의사를 갖는 매우 역겹고, 기막힌 정치 상황에 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위반이 아니며, 따라서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윤석열과 변호인들, 국민의힘 지도부는 12.3 비상계엄이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어이없는 조치가 아니라 ‘전시·사변 같은 국가비상사태’, ‘사실상 전쟁 상황’에서의 통치행위라고 정당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비상계엄의 이유가 ‘반국가세력의 사회 장악, 사법 업무 마비, 입법 폭거’, '일당 독재 파쇼' 행위에 있으며,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사법부 기능 마비, 국회 입법 독재 등으로 인한 정부의 정상적 작동 불능에 비춰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아예 전쟁의 개념 자체를 수정해서 “현대 전쟁은 전통적 전쟁 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까지 강변한다. 즉 주관적 범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천하가 알고 있는 ‘객관적 상황’을 재정의하려 한다.
사실 정치활동 특히 권력 행사란 언제나 비판 세력의 공격을 받으며 진행되는 싸움이고, 그래서 권력 상실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최고 권력자가 느끼는 정치 상황이란 언제나 비상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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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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