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에 바란다] 교육이 다시 교육이 되도록
    • 대한민국 교육이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교육 본질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한 채, 교실은 돌봄과 행정, 복지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고 있다. 교사는 점점 더 많은 비본질적 업무에 내몰리고, 아이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저출생 위기, 교권 붕괴, 행정 과중, 교육 불신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지금, 새로운 국가 리더십은 무엇보다 ‘교육’을 바로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는 지금이야말로 교육을 다시 교육답게 만들 새로운 기회다.

      저출생 대책, 교육부터 바로 세워야
      저출생의 악순환은 교육에서 시작되고,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는 학교, 교사가 수업보다 행정에 치이는 교실, 신뢰할 수 없는 공교육 시스템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이는 다시 출산 기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만든다. ‘국가 책임 돌봄’이라는 명목으로 학교가 복지의 장이 되고, 교사가 돌봄 인력이 되면서 교육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는 더 이상 학습 중심의 공간이 아닌, 다양한 사회 복지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구조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된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는다. 저출생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학교가 다시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소득이 보전되는 육아휴직, 직장 내 보육시설 확대, 부모 중심 양육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교육 회복과 함께 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는 곧 ‘배움이 가능한 사회’로 이어진다.

      교실 붕괴 막는 교권 보호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공간이 아니다. 교권은 교사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지키는 최소한의 울타리다. 최근에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정서적 학대’ 개념이 불명확한 현행 아동복지법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위축시키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정서적 학대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교육적 판단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학생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안전관리 매뉴얼의 개선, 외부 기관의 역할 분담, 공제제도의 실효성 확보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 모두의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또, 학교폭력 문제는 ‘처벌’ 이전에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안은 교육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학교전담경찰관(SPO) 배치 확대와 같은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사는 교육전문가이지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교실이 살아난다.

      정치기본권 회복, 교육을 위한 용기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이유는 교원이 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은 정권의 의지에 따라 출렁이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 유·초·중등 교원은 입법과 정책결정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당가입은 물론 정치후원조차 금지되어 있다. 이로 인해 교사는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정책 수용의 객체로 전락했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단지 개인의 자유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정책의 지속가능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교수는 사직 없이 총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지만, 교사는 교육감 선거에조차 출마하려면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가 교원이라는 이유로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 교원이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어야 진짜 교육자치, 진짜 교육민주주의가 완성된다. 새로운 대통령은 교원의 정치기본권 회복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과밀학급 해소와 학교의 멈춤 없는 일상
      지금도 전국 학급의 30% 이상이 26명 이상 과밀학급이다. 정규 교원은 줄고, 기간제 교사 비율은 높아지는 반면, 교육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한 교실에 30명 넘는 학생을 혼자 가르치는 현실은 교육이 아니라 관리다. 수업은 흘러도 배움은 멈춘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 법제화는 교육의 질과 교사의 삶, 학생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를 위해 정규 교원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학교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급식과 돌봄 파업으로 아이들의 일상이 중단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교육공무직의 권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학생의 학습권과 생존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학교의 급식, 돌봄, 보건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야 하며, 파업 시 대체 인력 확보가 가능하도록 노동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유아학교 체제 확립, 특수교육 인프라 확대, 직업교육진흥특별법 제정 등도 병행되어야 교육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교실은 국가의 미래를 담는 그릇이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배우며,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 그것이 교육정책의 출발이자 끝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교육을 도구가 아닌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시혜가 아니라 교육 생태계 전체를 살릴 구조적 대전환이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교사에게 희망을, 아이에게 미래를,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교육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의 이름으로 교육이 다시 교육이 되는 그 시작을 열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본다.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전국 시도교총회장 협의회장
      오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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