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빚은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처리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여야의 정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인 5·18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역사만이 아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고, 수많은 조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국가폭력의 실체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근거가 부족하거나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주장을 반복하며 5·18의 의미를 훼손한다면 이를 단순한 ‘표현의 자유’나 ‘학술적 검증’으로만 포장하기 어렵다.
물론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구와 토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새로운 자료가 발견된다면 검증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검증과 왜곡은 다르다. 객관적인 자료와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연구라면, 확인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 발언과 행동에는 일반인보다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국민의힘의 대응 역시 아쉽다. 소속 의원이 5·18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다면 표결 불참으로 비켜갈 것이 아니라 당의 역사 인식부터 명확히 밝혔어야 한다. 그동안 보수정당 역시 5·18 정신 계승과 국민통합을 약속해 왔다. 그렇다면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진영을 떠나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다만 민주당도 제명이라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제재를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제명 문제는 충분한 사실 확인과 당사자의 소명, 국회 윤리특위 심사 등 엄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결정에도 국민적 신뢰가 따른다.
5·18은 성역이어서 비판할 수 없는 역사가 아니다. 수많은 희생과 오랜 진상규명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로 자리 잡았기에 근거 없는 왜곡을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야 모두 5·18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역사 앞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