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등으로 확산되어 큰 피해를 남겼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은 더딘 진화에 고통스러웠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지역 주민은 안타까움에 힘겨웠다. 더욱이 이번 산불은 자연재해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인재(人災)로 볼 수밖에 없는 사망사고로 인해 더욱 가슴 아픈 비극으로 남았다.
창녕군 소속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4명은 산불 진화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임용 4년 차 녹지직 공무원 강씨는 당직이 아니었으나 동료를 위해 당직을 바꿔주고 산불진화대원을 인솔해 현장으로 출동했다가 돌아오지 못했고, 함께 변을 당한 산불진화대원 3명은 모두 60세 이상 고령으로 예방진화대였지만 긴급한 상황에 방화복과 기본 장비만을 갖춘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의 평소 임무는 산불 감시와 같은 예방 활동이며, 산불 발생 시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등을 담당한다. 사용하는 삽, 갈퀴, 소형 펌프 등 수동 도구 위주인 장비만 보더라도 그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부족한 인원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미명 아래, 이들은 사실상 죽음의 위험에 내몰렸다.
산불은 당일 기상 상황이나 주변 환경 여건, 초기 대응에 따라 그 규모가 순식간에 확대될 수 있다. 사고를 당한 분들이 출동한 당시 현장은 강풍과 역풍으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되던 위험지역이었다고 한다. 이번 산불의 이동속도가 시간당 8.2km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9년 속초·고성 산불의 5.2km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내 산불 사상 최고 속도라고 한다. 가늠치 못할 위력이다.
이번 산불로 한계가 드러났지만, 본래 산불의 주불(主火) 진압은 산림청 직속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산불 진화헬기와 협업해 집중한다. 측면 화재 확산 방지 및 방화선 구축 등도 함께 담당한다.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9조의2에 근거해 대형 산불 시 관할 지역 외라도 신속히 투입되어 전국 단위 운영도 가능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 전문 소방관도 주불 진화에 참여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산불 이후 일각에서 나오는 지자체 소속 담당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의 전문성이나 훈련 부족을 문제 삼는 목소리다. 정말일까? 면밀한 분석을 통해 실제 그것들이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면 관련 교육과 훈련의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의 구조적 원인 분석 없이 전문성이나 훈련 부족을 논하는 함정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던 대형 참사들의 경험이 있다. 그런 비극에서 봐 왔듯이 무고한 희생의 원인은 교육이나 훈련 부족보다는 관행이나 시스템의 부재인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투입해야 한다는 관행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잔혹하다.
감히 상상하자면, 변을 당한 창녕군의 직원들도 맹렬한 화마 앞에 분명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봉사자로서 그것을 두고 차마 돌아설 수 없는 책임감도 함께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했고 결국 희생되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개인의 무고한 희생을 미덕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당연히 이번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애도해야 하고 기억되어야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일하라는 관행을 결코 더 이상 영웅담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관행은 앞으로도 계속 무책임 뒤에 숨은 채 침묵하며 희생을 방조할 것이다. 발생할 재난의 예방과 대응에도 절대 도움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건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정비하는 것이다.
산불 발생 시 실시간 기상, 산불 발생 지역의 지형 분석, 불길 확산 예측을 통해 상황에 맞는 인력과 자원의 투입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AI와 드론을 활용해 진화 불가능 지역을 사전에 식별하고, 해당 지역에는 원칙적으로 인력 투입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현재 산불 대응은 지자체, 산림청, 소방청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기적 협력 체계라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중앙통합지휘본부를 설치해 모든 인력과 장비를 일원화해 관리할 필요도 있다.
이번 사고는 "일단 진화하라"는 압박 때문에 안전이 무시된 결과이다. 그래서 인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갈퀴와 등짐펌프를 든 사람이 시간당 8km로 번지는 불길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 공직자이기 이전에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희생의 서사로 끝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