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벌써부터 물밑에서 후보군들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계엄과 탄핵정국, 조기대선으로 이어진 숨가쁜 정치격변기가 지나자마자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나 일선 지자체 등의 산하기관장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잇딴 출마설이 도마위에 올랐다.
물론 당사자들의 경력과 인맥 등을 지역 발전에 활용하고 피선거권 보장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은 임기 10개월여를 남기고 9월 1일 퇴임했다.
이 원장은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전북도교육감 자리가 공석이어서 전북 교육에 난맥상이 있다"고 운을 뗀 뒤 "더 가까이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해 사실상 교육감 선거출마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또 "전북연구원장직이 중요하지만 다른쪽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소홀해질 수 있어 그만두는 것이다"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도 익산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해 연말 사임했다. 임기 3년 가운데 1년만 채운 시점으로 최 전 사장 사퇴후 3개월여 간 개발공사 사장은 공석이었다.
최 전 사장은 전북도 정무부지사 등을 지낸 후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중도사퇴한 것이다.
또 익산시도시관리공단 심보균 이사장도 익산시장 출마를 위해 올 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심 전 이사장은 행안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2023년 공단이사장 후보 청문회에서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결국 임기 3년 중 절반을 채운 시점에서 사퇴했다. 이후 수개월 간 익산시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은 공석이었다가 최근 이지영 전 익산시 부시장이 그 자리에 임명됐다.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도 정년 5년여를 앞두고 올 봄 명예퇴직 했다. 정가에서는 최 전 부지사 역시 익산시장 출마를 노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들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불과 1년 남짓 해당 기관의 책임자로 근무한 뒤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선거판에 직접 뛰어든 것은 기관장 자리가 출마를 위한 본인스펙쌓기라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책임감 없는 산하기관장들의 중도사퇴는 결국 전북도, 기관 행정의 연속성 차질과 해당 직원들의 사기저하, 후임자 임용절차 차질 등 각종 문제점을 잇따라 야기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장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