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개발이 착공 35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기반시설 구축 지연에 있다. 도로·항만·철도·배수갑문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제때 갖춰지지 못해 기업 투자와 산업 입주가 늦어지고, 이는 다시 전체 개발 속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아 왔다. 문제의 핵심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다.
지난 16년간 새만금 관련 SOC 사업 12건 가운데 단 1건만 예타 면제를 받았다. 나머지 11건은 모두 개별 예타를 통과해야 했는데, 평균 18개월이 소요됐다. 최장 40개월까지 끌었던 사례도 있었다. 그 사이 기업 투자 결정은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됐고, 완공 시점이 제각각인 SOC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결국 SOC의 지연이 새만금 개발 전반을 발목 잡아온 셈이다. 새만금 내 다양한 사업들이 서로 원활하게 연결이 되지 않아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만금 개발은 개별 사업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상호 긴밀히 연결된 ‘통합형 개발사업’이다. 도로가 있어도 항만이 늦어지면 물류 효율성이 사라지고, 항만이 있어도 철도가 뒤따르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배수갑문과 매립, 환경생태용지는 또 다른 SOC와 맞물려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렇기에 SOC 일부만 늦어도 전체 사업이 무용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SOC 사업을 개별 예타에 맡기는 것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은 국가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 예타 면제를 허용하고 있다. 새만금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균형발전 프로젝트다. 지난 2019년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타 면제를 통해 신속히 추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향후 예타를 앞둔 새만금 SOC는 남북3축 도로(1조1천227억), 내부간선도로 잔여구간(5천468억), 환경생태용지 2-2단계(2천444억), 배수갑문 증설(2천600억) 등 2조 원대 규모다. 이들 사업은 산업 입주와 물류망 완결성, 친환경 개발, 해수유통과 에너지 자립 등 새만금의 미래를 좌우하는 필수 인프라다. 무엇 하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는 만큼, 일괄 예타 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후보 시절 “새만금 문제는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선되면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는 길은 분명하다. 현 정부 임기 내 새만금 개발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SOC 일괄 예타면제 외에 다른 길은 없다.
SOC는 ‘先 SOC, 後 투자’ 구조를 갖는다.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기업 투자와 고용이 뒤따르고 공사비 절감 효과와 민간투자 촉발, 지역경제 활성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개발이 빨라진다. 지지부진한 예타절차로 발목을 잡는다면 새만금은 또다시 기회를 놓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대의 앞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일괄 예타면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