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초록바위진혼제가 19일 오후 5시 30분 풍남문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전주민예총(회장 고양곤)이 주최하고 전주시와 전북민예총이 후원하는 초록바위진혼제는 창작 음악서사극 형태로 펼쳐진다.
매년 창작극 형태를 다르게 편성하면서 새로운 음악 서사극의 지역사회 의미를 되새겨온 초록바위진혼제는 1862년 조선 땅 백성들이 부세와 수탈을 견디다 못해 각 지역에서 봉기가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민초들의 분노와 항거를 초록바위에 새기고 담아서 역사와 서사가 흐르는 음악극으로 표현했다.
당시의 신분질서와 권력의 횡포에 좌절과 체념을 떨치고 들불처럼 일어섰던 당대의 민초들과 이들을 조명한 이번 진혼제는 거리두기를 원칙으로 최소한의 관객과 철저한 방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상 공연의 기본적인 목적은 19세기 중엽 대기근과 탐관오리의 학정과 토호들의 수탈로 인한 농민 봉기와 그 시대상을 음악극 형식으로 담았다.
여기에 초록바위에서 쓰러진 영령들을 위로하고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민본 사상을 되살려내는 데 목적이 있다.
민초의 꿈으로 명명된 이번 공연은 순수한 음악극 형태로 작곡돼 5부작 16체의 형태로 돼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도표와 같다.
이날 음악극은 군산대 음악과 출신의 이형노 전 전주민예총 회장이 작곡을 맡고 시인인 김저운씨가 노랫말과 대본을 맡아서 전체적인 음악극의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연주단 역시 전주지역의 실력있는 단체와 개인들이 협치를 이루어 연주를 하게 됐는데 전체적인 연주단에는 이형로(피아노), 김민희(바이올린), 유지윤(첼로), 송기영(기타), 김수현(타악1), 성영옥(타악2)등이 참여하고 있고 무용단에는 무대공연예술단 지무단(김윤정)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합창단은 전주소리모아합창단(지휘/김정렬, 피아노/이진아)이 진행을 하고 중창팀의 구성은 홍성욱, 김용진, 서서희, 김저운, 이민규, 진창윤, 곽승호, 이정훈, 이하경 등이 참여하면서 진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국악풍의 소리꾼들이 참여하면서 고양곤, 이은아, 민강희, 김나연, 김보경등이 음악극의 우리가락풍에 대한 새로운 서사극의 정점을 이룰 전망이다.
대략적인 이번 초록바위진혼제인 여섯 번째의 줄거리인 민초의 꿈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망나니 갑쇠가 초록바위 부근을 배회하고 사람 죽이는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다 사라진다.
약초를 캐는 초군들이 모여든다.
초군 하나가 산에 오르는 도중 목도한 갑쇠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전한다.
초군들은, 사람이 목을 매거나 죽은 사람을 효수한 ‘인나무’가 몸에 좋아 고가에 팔린다는 얘기를 나눈다.
초군들은 각자 약초와 인나무를 찾으러 다닌다.(호랑이 거짓말. 칼의 독백. 약나무 타령)
두 번째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산돌이의 죽음에 대해 수군댄다.
산돌 아내 나타나 남편의 행방을 묻는데, 실성한 모습이다.
동네 사람들 안타까워하며 산돌이에게 누명을 씌운 최부자네를 성토한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왜곡하고 억울한 판결을 내린 관아에 분노한다.
사건을 재조사해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결의한다.(산돌 아내의 노래. 신풀이 고풀이.)
세 번째는 백성들이 전라감영 앞으로 몰려가 ‘산돌이 사건’의 재심을 요구한다.
푸줏간 백정들과 관노 사노들도 합세한다. 격앙된 시위대는 한 발 더 나아가 조세와 부세 감면, 평등권 보장, 성문 출입의 자유 등을 외친다.
전라감영 일대는 시위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망나니들의 춤. 백성들이여 일어나라.)
네 번째는 시위대와 전라감사는 협상에 들어간다.
관청은 민초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다.
산돌이 사건을 재심키로 하고 조세와 부역도 감면, 가난한 백성들을 구휼키로 한다.
대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시위 주동자는 태형으로 처벌하고 10년 간 전주성 출입을 금한다.
주동자들은 전주성을 떠나며 훗날을 기약한다. (저항의 불길. 다시 돌아오리라!)
다섯 번째는 사람들이 산돌이와 갑쇠의 죽음을 위로하는 제를 지낸다.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몰렸던 초록바위 망자들을 위한 천도제다.
이제 사람들은 초록바위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로 한다.
조선판 뉴딜사업을 통해 역사의 의미를 되살리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다짐한다.
신분차별이 없고 누구나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을 희망한다. (망자들을 위해. 그 날이 올 때까지)
이번 민초의 꿈은 전북의 지역사회에서 전주가 갖는 위상과 당시의 사회에 대한 지역정서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음악극으로 1회성 공연이 아닌 이를 더욱 더 양산하고 발전시켜 규모있는 전주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서양음악과 우리의 전통가락이 혼합되면서 무용과 소리꾼들의 회합체가 만들어낸 다원예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민초의 함성이 과거를 딛고 현재의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타파하면서 미래를 향한 우리사회의 발전적 모습을 음악의 서사극에 담아서 표현하는 예술이어서 더욱 더 관심을 갖는 공연이 되고 있다.
/글·사진 제공 = 문화기획자 이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