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섬 북쪽 해안에 위치한 즈빠라(JEPARA)는 전통적인 목공예와 가구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다. 인구 1백30만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서쪽으로는 파타이 주, 동쪽으로는 리스틱 주와 접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는 즈빠라는 전통 예술과 공예가 발달한 곳인데 특히, 세공된 목재가구와 조각품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특산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즈빠라의 경제는 주로 목공예와 가구 산업에 기반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해변과 역사적 유적지, 그리고 활기찬 전통 시장 등이 있어 관광산업도 지역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매력을 갖춘 즈빠라는 가구 및 관광산업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문화와 자연을 즐기기에 이상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여건과 환경을 갖춘 즈빠라에는 1980년부터 가구산업에 주목한 한국 교민들이 몰려들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가구산업으로 출발한 즈빠라 교민사회는 2010년 이후부터는 업종을 신발과 봉제, 전자관련 분야 등으로 넓혀가면서 사업 다양화를 이뤘다.
현재 즈빠라에는 100여 개의 제조업체에 450명의 교민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현지 여성과 결혼한 30여 가구의 다문화 가정이 형성돼 있다. 즈빠라 지역 내 한인기업에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수만 10여만 명에 달해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교민들이 현지 경제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류가 동남아 등 세계로 퍼져 나가자 즈빠라 현지에서도 자연스럽게 K-팝과 K-푸드 등 K-컬쳐가 확산되면서 젋은이들을 중심으로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런 붐을 타고 즈빠라 한인회는 지난 2022년 대지 2064㎡에 건평 884㎡의 한인회관을 신축해 강당과 교실, 실내체육관을 꾸미고 한인회 부설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즈빠라 한글학교는 지난 2010년 즈빠라 타후난 지역 한인회 사무실 공간에서 30여 명의 소규모로 출발했다. 그러던 것이 한인회가 신축, 이전하면서 현지 및 교포 학생 3백여 명이 한글을 비롯한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다.
단일 한글학교로는 인니 최대 규모로, 한글 세계화의 롤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나라 교민사회에서 한글학교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벤치마킹의 단골 코스였다. 즈빠라 한인회는 한글학교를 통해 한류에 매료된 현지인들에게 K-컬처를 전파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다했다.
코로나 여파로 운영이 어려움을 겪기 전까지는 새로 부임한 한국 대사가 가장 먼저 찾아올 만큼 인니 지역한인회의 구심체였다. 이처럼 지역 한인회와 함께 한글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지난 1월 6일 취임한 김판식 사장의 열정과 후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즈빠라에서 ‘PT Donglim’이라는 가구회사를 운영하던 김판식 사장이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재를 출연, 재정이 안정화되자 학생수가 300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한글학교 활성화로 한글은 물론 K-팝과 K-푸드 등에 대한 인기도 수직 상승했고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한 현지인들의 대기행렬은 더 길게 늘어났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지난 4월 김판식 교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한글학교는 다시 구심점을 잃고 운영난에 빠져 들었다. 김 교장이 매월 출연하던 교장지원금이 중단되고 한인회원들의 후원금마저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 교민사회 업체들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후원금 등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진행해 오던 현지 교육생들의 한국 진로 교육이 차질을 빚고 있고 한글 토익반과 유학반 운영은 거이 중단된 상태다. 교사 급여와 활동비의 최소 수준 현실화도 난망해 졌다. 특히 현지인들과 함께 K-POP 경연 및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 추진했으나 후원금이 거의 끊겨 언제 재개할지 기약이 없다.
현재 한글학교는 즈빠라 한인회 박호섭 회장과 최영미 목사 부부가 후원금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도 어렵게 운영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한글 등 한국문화 전파에 애쓰는 이들의 헌신적인 봉사는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박 회장과 남혜성 교장 대행은 대한민국의 자랑인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즈빠라 한글학교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즈빠라 한인회는 김판식 교장의 숭고한 뜻과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한인회 차원의 비대위를 구성, 한인 기업체를 상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고국의 뜻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자매결연 등을 맺어 재정난의 돌파구를 찾을 예정이다.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더해 한인회의 발전과 번성을 염원했던 김판식 교장의 죽음으로 리더십의 공백을 맞은 즈빠라 한인회 부설 한글학교가 주변의 관심과 응원으로 다시 활성화되기를 즈빠라 한인회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염원하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반드시 있다고 했다. 즈빠라 한인회 부설 한글학교의 앞날에 화양연화의 꽃길이 활짝 열리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