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00m, 장수군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웃지요' 농장.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농장 주인 김미자 대표(53)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의 얼굴에는 20년 친환경 농사의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서 오세요. 우리 농장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대표의 환한 미소에서 농장 이름 '웃지요'의 의미가 절로 느껴진다.
Q: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2001년, 그저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이곳에 왔죠. 그런데 우연찮게 친환경 유통회사 관계자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김 대표의 목소리에서 그때를 회상하는 감회가 묻어난다.
"그분이 이 지역의 친환경 농업 잠재력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셨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점차 친환경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죠. 그렇게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Q: 장수를 귀농지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엔 그저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왔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이 농사짓기에 이렇게 좋은 곳일 줄은 몰랐죠." 김 대표가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팔공산이 1,115m 높이의 고산이라는 걸 아시나요? 우리 농장은 그 중에서도 해발 600m에 위치해 있어요. 이런 고지대는 여름 엽채류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깨끗해서 병충해도 적고요."
그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대봉리 마을이 전국 여름 엽채류의 절반을 생산하는 유명한 친환경 단지더라고요."
Q: 귀농 초기에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김 대표의 표정이 잠시 굳어진다. 쉽지 않았던 시간들이 떠오르는 듯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친환경 농법을 익히는 거였어요. 일반 농사와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으니 작물 관리가 정말 까다로웠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병충해와의 싸움이 특히 힘들었어요. 한번은 진딧물이 대량 발생해서 상추를 모두 갈아엎은 적도 있었죠. 그때 정말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했어요. 주변의 선배 농부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관련 교육도 열심히 받았죠. 특히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큰 도움이 됐어요."
김 대표의 눈빛이 열정으로 빛난다.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에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작물들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이제는 작물이 어떤 상태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Q: 김미자 농가의 장점 및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우리 농장의 가장 큰 장점은 '예방'에 있다고 봅니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사후 대처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김 대표가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는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입니다. 병충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방제하고, 지속적인 예찰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죠.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 농산물은 품질이 뛰어나요."
그의 말을 증명하듯, 농장 한켠에 놓인 상추가 싱그럽게 빛난다.
"보세요, 이 상추들. 냉장 보관하면 20일까지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일반 상추와는 확실히 다르죠."
Q: 어떤 작물들을 주로 재배하시나요?
"우리 농장은 6,600㎡ 규모에요. 여기서 근대, 상추, 비타민, 치커리, 무, 로메인 등 다양한 엽채류를 재배하고 있죠. 각 작물마다 특성이 달라서 관리하는 재미가 있어요."
김 대표가 농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상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서 한여름에는 관리가 까다로워요. 반면 근대는 더위에 강해서 여름에도 잘 자라죠.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계절별로 작물을 배치합니다."
Q: 주로 어디에 납품하시나요?
"현재는 남원원협과 서울 학교급식에 주로 납품하고 있어요. 계약 재배 방식이라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죠."
김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특히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것이 굉장히 뿌듯해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고 일하게 되거든요."
Q: 앞으로의 농업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다음 목표는 엽채류 친환경 자가 육묘장을 건립하는 거예요. 지금도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육묘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싶어요."
김 대표의 눈빛이 더욱 빛난다.
"자가 육묘를 하면 품질 관리가 더 쉬워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친환경 농업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20년 동안 이 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 같은 것들이죠. 앞으로도 이 믿음을 바탕으로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그의 눈빛에서 앞으로의 20년을 향한 열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젊은 농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농사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보세요. 여러분의 노력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만들 거예요."
해발 600m 고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친환경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김미자 대표와 같은 농부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웃지요' 농장을 떠나며, 식탁 위 채소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땅의 농부들이 흘릴 땀방울이, 우리 모두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