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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란 굴레에 갇힌 ‘전북 몫’ 찾기가 지역이기주의일까.

전북의 ‘호남 몫’ 찾기는 전북인들의 갈망이자 일종의 트라우마와 같은 것으로 작용해 왔다. 전북은 호남권에 속해 있지만 광주‧전남 예속화 문제가 사회·경제·정치 전 분야에 걸쳐 지나치게 고착화 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지역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같은 호남권에 묶여 있는 광주‧전남권에 대한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영남 중심의 보수 정권에서는 영·호남 갈등 속에 호남이 차별을 받아왔고, 역대 정부의 지역 탕평책은 호남에서 전남·광주 중심으로 이뤄졌다. 현안사업이나 예산 배정에 있어서도 전남·광주와 전북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호남’의 이름으로 포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북 몫’ 찾기가 일각에서는 또 다른 ‘소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광주·전남에 편중된 공공기관 현황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 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호남권역을 관할하는 공공·특별행정기관은 총 55곳으로 이중 46곳(83.6%)이 광주·전남에 배치돼 있다. 전북은 고작 9곳에 불과하다. 광주와 전남에 위치한 기관 가운데 전북에 지사 또는 지소조차 없는 기관도 20여 곳에 달했다.


전북과 광주‧전남의 불편한 관계는 최근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새만금 국제공한 건립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왔던 전남도가 새해부터 전북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에도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전남도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발목잡기는 지난 연말 김영록 전남지사가 송년 기자회견에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등 의과대학 유치를 첫 번째로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얼마 전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전주 여의동에 위치한 금영섬(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 본부를 충청과 전남으로 나눠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도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전남에 예속되기 일쑤였던 전북은 지난 김완주 전 도지사 시절부터 전북 독자권역 설정이 추진됐지만 정치적 위상과 경제규모가 열악했던 전북의 도전은 매번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전북을 독자 권역으로 설정해 전북 인재 중용과 공공·특별행정기관 설치 등을 강력하게 촉구한 바도 있지만,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도 전북은 여전히 호남이란 굴레에 묶여 있다.


정치권이 지역주의 구도인 ‘호남 프레임’을 만들어 그 속에 전북을 가둬두고 있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광주‧전남 민심만 잡으면 호남의 민심을 다 잡은 듯 그쪽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9월 전북·광주·전남 등 3개 시‧도 출향민들로 구성된 호남향우회에서 ‘전북도민회’ 분리 추진으로 전북 몫 찾기에 나서겠다고 하는 판이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 훨씬 더 서러운 것이 차별받는 것이다. 전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차별’이니 ‘소외’니 하는 그 지긋지긋 한 소리가 이제 입에 쓴 물이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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