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주·전남 등 3개 시?도 출향민들로 구성된 호남향우회에서 ‘전북도민회’ 분리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호남향우회가 광주?전남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내부적인 불만도 적지 않은 가운데 전북도민회를 새로운 구심점 삼아 이른 바 ‘전북 몫 찾기’에 나서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성남과 인천에서 각각 전북도민회가 창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 북부지역 5개 시를 아우르는 ‘경기북부 전북도민회’가 발족했다. 전국 28개 전북향우회(수도권 23개, 기타 5개) 중 인천, 경기 3곳(시흥·안산·성남), 강원 원주, 경남 창원 등 6곳이 호남향우회에서 분리해 전북도민회 결성을 마쳤거나 추진 중이다.
전국에서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전북출신 출향도민은 346만10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만 전북향우가 300여만 명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호남 출향민 900만명 중 광주?전남 출신이 550만명에 이른다. 자연스럽게 호남향우회의 광주전남 예속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호남향우회에서도 전북은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송하진 도지사가 지난 2018년 ‘전라도 개도 천년’을 기점으로 ‘전북 몫 찾기’를 선언하며 탈호남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궤를 함께 해 전북향우 조직에서도 독자노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역대 정부의 지역 탕평책은 호남에서 전남·광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권이 민심 확보 차원에서 호남 몫으로 국가예산, 인사 탕평책을 실시해도 호남 몫은 대부분 전남·광주지역이 차지했다. 현안사업이나 예산 배정에서도 전남·광주와 전북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호남’의 이름으로 포괄적으로 처리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광주?전남 민심만 잡으면 호남의 민심을 다 잡은 듯 그쪽에 더 공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김완주 전 도지사 시절부터 전북 독자권역 설정이 추진됐지만 정치적 위상과 경제규모가 열악했던 전북의 도전은 매번 실패했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지원 정책이 호남권에서도 광역시인 광주위주로 추진되고, 상대적으로 전북은 광역단위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던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정부가 혁신도시 시즌2 정책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전북 독자권역 설정은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정치 성향과 무관한 향우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필히 경계해야 한다. 과거 중앙선관위가 선거와 관련해 일정 시기에 동창회나 향우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향우회가 정치적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연고주의의 원천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의 의미처럼 향우회는 고향에 대한 사랑이라는 원초적 본능의 소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향우회가 연고주의나 지역주의의 원천으로 변질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향우회는 또 다른 패악이 될 수도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