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제2의 ‘사스?메르스’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위험성이 높지 않지만 변종이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많은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사스와 메르스, 우환 폐렴은 모두 같은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 한 명이 평균 2~3명에게 병을 전파하고, 내달 초 발원지인 우한에서만 감염자가 2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영국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나와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설인 ‘춘절(春節)’를 맞아 중국 전역에 걸쳐 대이동이 벌어지면서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메르스에 준하는 경각심을 갖고, 수동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초 발병국인 중국의 전국적인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주의해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위한 행정적 준비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이날 우한 폐렴에 대한 강화된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검역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을 의미하는 ‘오염지역’을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국내 환자 관리를 위해 감염병의 감시·대응·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의미하는 ‘사례정의’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감염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방문자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조치 된다. 검역대상 오염지역 확대 및 사례정의 변경에 따라 격리 및 감시대상자가 큰 폭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항력이다. 질병이 발생한 초등기에 얼마나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03년 발생한 사스는 중국과 홍콩을 비롯한 세계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국내에선 희생자가 없었다. 반면 사스보다 전염성이 떨어지는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때는 국내에서 38명이나 사망하면서 전국이 일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초기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병원 내 2차, 3차, 4차 감염까지 발생해 희생자가 늘어났다.
방역 당국은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우한 폐렴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유행 상태가 사스 초기 단계와 유사하고,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안 되면 메르스만큼 위험하다고 한다. 아직 국내의 대규모 전염 사태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초기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