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지방의원들의 고질적인 줄서기 악습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원들 또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통해 당당하게 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상급자를 향한 낯부끄러운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총선 출마자를 상대로 한 지방의원들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이다.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 전·현직 도·군의원 18명은 지난 22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유희태 예비후보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사람으로 확실한 미래비전을 가지고 있는 유희태 예비후보를 선택했고, 함께 앞으로 우리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 지지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8일에는 전주을 선거구 현역 시·도의원 9명이 이상직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의원들은 “당정청과 소통하는 네트워크로 지역발전을 이끌 적임자이자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지역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직 예비후보가 가장 적합하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같은 날 역시 전주을 전·현직 시·도의원 9명도 최형재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최 예비후보는 누구보다도 지역 현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수도권의 기득권 정치에 맞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밝혔다.
지방의원들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선택의 문제이며 자유인 것은 맞다. 그러나 진정성이 결여되고 민의를 저버린 이들의 지지선언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지방의원들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은 충정심의 발로라는 평가도 있을 지는 모르나 실상은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이자 고질적인 패거리·줄서기 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총선 후보들 또한 기선 제압용이자 자신의 ‘세 과시용’으로 활용하는데 이만한 이벤트도 없을 것이니 꿩 먹고 알 먹기 식이다. 뻔한 지지선언 명분이야 얼마든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지지선언 대상자의 십중팔구는 그래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만 집중된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에서 지방의원으로서는 정치적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자의든 타의든 충성할 수밖에 없다. 정당공천제가 낳은 패악이다.
민의를 대변할 지방의원들이 선거철마다 집단으로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패거리 구태 정치의 전형이자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총선후보들의 꼭두각시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해 있다는 수치스러운 비아냥거림을 지방의원들은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겠는가.